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1~1923년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풍자한 만평이 곧 우리나라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감자 한 포대에 1000억 마르크, 빵 한 덩어리가 2000억 마르크에 달해 이를 사기 위해 돈을 수레에 싣고 가는 장면이나 휴지가 지폐보다 비싸서 지폐를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이들이 나올 정도였던 '최악의 인플레이션’인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물론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원인과는 다르다.
원인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결과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 급등을 넘어 폭등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치킨 프렌차이즈 회장이 원재료비 등이 급등해 치킨 한 마리에 3만 원은 받아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가뜩이나 물가가 급등해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그의 셈법이 정확했는지는 제쳐두고 소비자들의 저항은 거셌다. 이후 미국에서 해당 프렌차이즈 치킨을 두 마리 시켰더니 10만 원 가량이 나왔다는 영수증이 올라오면서 치킨 값을 둘러싼 논쟁은 다시 한번 불이 붙었다. ‘국민 간식’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치킨 값은 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지만 다른 외식, 식료품가격도 폭등하기는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곡물가가 급등한 데다 인도네시아 등이 팜유 수출을 중단해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일부 대형 마트에서는 식용유를 1인 당 1개만 판매한다고 공지했다. 치킨 값 인상 요인이 하나 더 는 셈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부족이 생기면 가격은 이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원리가 그러니 어쩌겠나라는 식은 곤란하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든 변수는 이제 상수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곡물가가 급등한 가운데 중기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가 팜유 등 수출 물량을 줄이고 있다는 입소문이 이미 3월 말부터 일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 식량을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다소 과도한 전망과 우려는 수십 년전부터 나왔지만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은 국경 없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이라는 여론에 우리는 농산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게 됐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마술’을 부려 물가를 잡을 수는 없다. 금리인상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모순적인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물가상승에 쾌도난마의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인도네시아 등이 보낸 작은 시그널을 해석하고 전망해야 한다. 산업의 최전선에서 대기업보다 빠르게 흐름을 파악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중기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부터 경제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도 물가 안정이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