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 논단]'오픈사이언스'로 R&D 혁신속도 높여야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무료데이터 공개로 코로나 백신 앞당겨
오픈사이언스 중요성 점차 커지지만
공공기관 연구결과 공공재로 활용 적어
디지털시대 정부 출연연부터 개방해야


2020년 초에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전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인류 보건 현안을 서둘러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 간 정보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그간 논문 유통을 담당해온 글로벌 거대 학술출판사의 유료 정책은 연구 데이터와 정보의 교류를 더디게 만들었다. 이에 한국과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거대 출판사에 전 지구적 공중보건 위기 극복을 하기 위해 코로나19 관련 논문과 데이터의 공개를 요청했고 엘스비어와 와일리 등이 이에 응하면서 관련 자료가 무료로 신속하게 공개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보통 10년 이상 걸리던 신약 개발이 이례적인 속도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바로 오픈사이언스가 인류 공중보건에 실질적으로 큰 역할을 해낸 것이다.


오픈사이언스의 필요성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수년전부터 제기됐다. 2015년 유엔총회에서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공통 핵심 과제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열일곱 가지를 발표한 가운데 그중 하나가 오픈사이언스였다. 현재 우리나라 25개 과학기술 정부 출연 연구원을 지원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도 이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거대 학술출판사인 엘스비어·와일리와 오픈액세스 계약을 체결해 출연연의 연구 결과 일부를 전 세계 누구나 장벽 없이 접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오픈사이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공유하는 데이터 플랫폼의 구축이다. 연구 데이터의 경우 서로 다른 데이터가 만나 완전히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만큼 양질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의무 사항은 아니다. 따라서 연구자가 은퇴하면 이들이 평생 연구한 데이터도 모두 함께 사장(死藏)되는 상황이다. 특히 공공연구기관에서 생산된 연구 데이터는 많은 부분이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국가의 공공재로 활용돼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오픈사이언스를 통해 많은 연구자들이 중요성을 느끼게 된 만큼 공공 연구 현장에서의 오픈사이언스 문화는 빠르게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 같은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 법과 제도·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하는 만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소관 25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은 오픈사이언스 실현을 위한 데이터 플랫폼을 선도적으로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 거대 국제 학술출판사와의 오픈액세스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국가 연구 데이터 플랫폼인 ‘데이터온’ 사이트를 필두로 정부 출연연의 연구 데이터 수집, 개방, 공유 체계를 구축해 국가 연구개발(R&D) 혁신에 속도를 더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학제 단위별 출연연의 연구 데이터가 공유되고 활용도가 확장된다면 축적된 데이터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말과 이야기도 들려줄 것이다.


최근 경이적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AI) 분야의 비결은 개발자들이 프로그램 코드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인 ‘깃허브’에 있다. 여기에 쌓인 코드를 AI가 학습해 코딩을 하는 단계에 이를 정도다. 기존의 연구 문화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현 정부도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추진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정부 출연연부터 오픈 사이언스를 통해 칸막이를 허물고 개방과 공유로 더 큰 혁신을 실현하고 선도하면서 새로운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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