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쇼크] 테라·루나 폭락에 관련 기업 희비 엇갈려

차이코퍼레이션·컴투스홀딩스 등
테라 기반 서비스 출시 기업들 피해 우려
"큰 문제 없다" 확대 해석 경계…사태 예의주시
테라 블록체인 가동 멈추는 등 불안감 여전
카카오벤처스·두나무 등 일부 VC 들은
사태 직전 매도해 오히려 수천억 이익

출처=셔터스톡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와 UST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루나(LUNA)의 가격이 동반 폭락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들 암호화폐에 투자했거나 테라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반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달러에 가치가 고정(페깅) 돼야 하는 UST 가격은 이날 오전 9시50분 기준 0.179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원래 유지해야 하는 가격 대비 10분의 1토막 난 상태로 5일째 ‘디페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인 UST 가격이 흔들리면서 UST 가격 안정화 역할을 하는 LUNA 가격도 전일 대비 39% 급락한 0.0002605달러까지 내려왔다.


◇ 결제 서비스·P2E 게임 피해 우려= '테라-루나 쇼크'가 암호화폐 시장을 흔들면서 테라 프로젝트에 투자했거나 테라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테라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기업 ‘차이코퍼레이션’이 대표적이다. 차이코퍼레이션은 지난 2019년부터 테라폼랩스와 기술 협력을 맺고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를 운영해왔다. 차이는 이용자가 충전한 자산을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테라KRT로 환전하고 예치(스테이킹)해 얻은 이자로 가격 혜택을 제공해왔다. 다른 암호화폐 대비 스테이킹 이자율이 높다는 점을 활용해 다양한 가격 혜택을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테라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으면서 차이코퍼레이션의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KRT 거래량의 98%가 이뤄지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지난 11일 KRT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테라가 법정화페와 암호화폐를 페깅할 때 사용하는 알고리즘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코인원은 “테라의 (스테이블코인 페깅) 알고리즘이 기술 및 시장 측면에서 불안정해 투자자에게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차이 측은 ‘테라-루나 쇼크’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반박했다. 차이 관계자는 “차이코퍼레이션은 테라와 독립된 법인이고 사용자 혜택은 UST 차익이 아닌 광고 수익으로 대부분 충당되고 있다"며 “또 차이가 간편결제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현재 카드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차이코퍼레이션 운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측은 이번 사태 전부터 테라와의 서비스를 줄여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차이 관계자는 “지난 3월 18일부로 차이 앱에서 테라 계좌 연결해 자동 충전하는 서비스를 종료했기에 테라 블록체인 문제와 관련해 더욱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차이 카드 사업의 경우 제휴하고 있는 BC카드와 하나카드의 수수료 정책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테라 체인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투언(P2E) 게임 플랫폼 ‘C2X’를 운영하는 컴투스홀딩스도 비상이 걸렸다.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메인넷을 테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컴투스홀딩스는 당시 테라가 국제 시장에서 보여준 성과를 높이평가했다. 컴투스는 C2X 백서를 통해 “테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가 총액 340억달러로 시총 9위를 차지했다”며 “이는 전년 대비 140배 성장률”이라며 테라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가격 폭락으로 UST 시가총액은 19억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8위를 기록했던 시가총액 순위도 35위로 추락했다. 테라의 입지가 약해지면서 컴투스홀딩스가 새로운 메인넷을 찾아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도는 이유다.



테라USD(UST) 시가총액 그래프/ 출처=코인마켓캡

‘테라-루나 쇼크’로 테라 블록체인의 가동이 멈추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테라 체인을 기반으로 한 P2E 게임 서비스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테라폼랩스는 13일 새벽 1시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테라 블록체인 가동 중단을 알렸다. 테라는 “테라 밸리데이터(검증인)들은 LUNA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거버넌스 공격을 막기 위해 테라 체인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체인 가동은 2시간 만에 재개됐지만 13일 오전 11시 테라 체인이 다시 한번 멈추면서 안정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재준 컴투스플랫폼 대표는 "C2X 서비스는 테라 기반 기술을 사용할 뿐 LUNA 가치와는 분리돼 독자적 생태계로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12일 루나·테라 거래 중단 현상에 대해선 엄중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후 테라 메인넷 상황에 따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다른 레이어1 체인으로 메인넷을 이전하거나 독자적인 메인넷을 구축하는 등의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테라 기반으로 계속 가겠다는 방침은 아니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 루나(LUNA) 미리 매도한 VC들 ‘안도의 한숨’ = 반면 ‘테라-루나 쇼크’가 발생하기 직전에 보유했던 암호화폐를 매도한 기업들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2019년 테라에 투자한 데 이어 테라 자회사 플렉시코퍼레이션 지분에 투자하며 LUNA로 투자 회수를 할 수 있는 상환권을 얻었다. 업계에선 카카오벤처스가 LUNA 상환권 가치가 최고 2,000억원까지 치솟는 과정에서 투자금을 분할 회수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암호화폐 벤처캐피탈(VC)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벤처스가 그 이후 가격 급락이 일어나기 전 이미 한 두 번 엑시트를 한 것으로 안다"며 “LUNA 매수에 따른 차익을 꽤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일찍이 보유한 LUNA를 전량 매도해 1,000억 원대의 차익을 챙겼다. 두나무의 투자 전문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테라 초기 투자에 참여해 LUNA 2,000만 개를 취득한 바 있다. 이후 2019년 업비트가 LUNA를 BTC 마켓에 상장했다가 지난해 3월 보유 LUNA를 모두 매각하며 ‘셀프 상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테라 직접 투자한 해외 VC 타격 더욱 클 것 = 업계에선 이번 ‘테라-루나 쇼크'로 국내보다 해외 VC들의 피해가 더 컸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관의 암호화폐 투자가 어려워 지분 투자 등 우회로를 선택한 국내와 달리 해외 VC들은 직접 투자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테라는 이번 가격 폭락 이전 전세계 시가총액 6위까지 오르며 국제적인 주목도가 높았던 프로젝트인 만큼 이번 가격 급락으로 인한 해외 암호화폐 투자 업계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갤럭시디지털, 판테라 케피털, 코인베이스 벤처스 등 굵직한 VC들이 참여한 투자 라운드에서 2,500만 달러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테라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지난 한 해 동안 해외 VC의 투자는 끊이질 않았다. 가장 최근엔 글로벌 헤지 펀드 점프 트레이딩의 암호화폐 부문 자회사 점프 크립토가 LUNA 프라이빗 토큰 세일에 참여해 총 10억 달러 규모의 LUNA를 구매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LUNA 가격이 약 99% 급락하면서 점프 크립토가 보유한 LUNA 가치는 10분의 1수준인 1,000만 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점프 트레이딩이 당시 구입한 LUNA는 4년 동안 락업되기 때문에 꼼짝없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때 테라의 가능성을 믿고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던 이들 해외 VC 모두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발생하자 테라를 ‘손절’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지난 12일 블룸버그는 테라폼랩스가 점프 크립토와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 등 해외 대형 투자사들에 접근해 자본 유치에 나섰지만 모두 대부분이 요청에 응하지 않아 투자 유치가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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