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와 협력 업체에 100조 원 규모의 지원을 했다. 일본 JAL과 ANA도 6조 6000억 원의 긴급 지원을 받았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공적 자금 20조 원, 에어프랑스는 11조 원, 싱가포르항공은 15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받았다. 반면 한국 항공 업계는 지원은커녕 정부 규제에 계속 발목이 잡힌 처지다. 자화자찬이 특기인 문재인 정부는 방역을 일부 완화한다면서도 유독 해외여행 부분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해외여행자의 편의를 도모하거나 항공사가 정상화되더라도 크게 생색나는 일이 아니니 관심을 둘 필요도 없다는 건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해외여행객의 경우 접종 완료자는 사전 유전자증폭(PCR) 검사, 1일 차 PCR 검사, 6∼7일 신속항원검사(RAT) 등 세 차례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비용만 200달러가 든다.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6세 이상 소아·청소년은 격리 면제 대상에서 제외돼 자녀 동반 여행이 불가능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다음 달부터 PCR 검사를 2회로 축소하는 등 조금 완화된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항공 업계 등은 여전히 불만이다. 한국과 달리 입국자에게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지 않는 국가가 늘고 있어서다. 이미 스페인·이탈리아·벨기에·독일·프랑스·핀란드·터키·체코·크로아티아·오스트리아·두바이·태국·싱가포르·베트남·캐나다·호주 등은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는 PCR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영국·스위스·스웨덴·네덜란드·헝가리·몰디브·노르웨이·멕시코·몽골 등은 백신 접종과 무관하게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회가 “여러 국가가 출입국 절차의 정상화를 진행 중인 반면 우리나라는 규제가 엄격해 비용 부담과 출입국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한편 2020년 4월부터 인천공항 도착 여객기를 상대로 적용된 커퓨(통행금지)는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다. 본래 인천공항은 24시간 착륙할 수 있었지만 방역 관리를 위해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비행기 이륙만 허용하고 착륙은 불허했다. 즉 이 시간대에는 승객의 국내 입국이 불가능하다. 오후 8시 이후 방역 요원들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 12월 기준 커퓨 시간대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항공편은 전체의 23% 수준이었다. 많을 때는 전체 항공편의 40%까지 이 시간대에 도착했고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띄우는 괌·사이판 등 주요 노선은 대부분 커퓨 시간대에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대한항공 여객 공급력은 2020년 11위에서 지금은 46위다. 3월 인천공항 이용 여객 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114만여 명), 영국 히스로공항(419만여 명), 미국 애틀랜타공항(651만여 명) 등 세계 주요 허브 공항의 3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은 지정학적 특성으로 국제 여객의 97%가 항공을 통해 출입한다. 그런데도 과거 30~40%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야간 시간대 이용을 전면 금지함으로써 한국 항공사들의 국제 경쟁력을 추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야간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공항을 개방할 수 없다는 게 핑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항공사 임직원뿐 아니라 경찰과 군인, 법무부 직원, 지상조업자, 관제탑 요원 등 수많은 인원이 늦은 밤까지 작업하는 곳이 공항이다. 방역 요원이라고 교대 근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민생을 살피며 특히 방역에 대해서는 정치적 어젠다로 접근했던 전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