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은행채 발행액이 1조8000억 원에 육박해 2021년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1분기 발행보다 상환이 더 많았던(순발행액 -4조5800억 원)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입니다. 다음달 반기 결산을 앞두고 유동성 지표를 개선하는 한편 가계대출을 확대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겠다는 목적입니다.
대부분 은행들은 자본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지만 지금처럼 대출 재원 등 운영자금을 확보할 때는 단기채 시장을 주로 찾습니다. 이렇게 많은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게 되면 단기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요. 다행히 최근 단기채 수요가 많아 조달 여건은 아직 양호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단기채 시장의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CP금리와 CD금리 차는 이달 15bp(1bp=0.01%포인트) 안팎을 기록 중인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 31bp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좁혀진 수준입니다.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물은 투자자들이 만기 보유 자산으로 분류해 평가손실 우려 없이 투자할 수 있는데요. 이때문에 기존 회사채 투자자들까지 초단기 시장으로 몰리는 분위기입니다.
만기가 3년 이상인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황입니다. 최상위 등급인 AAA급의 신용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는 13일 기준 63bp로 1년 새 30bp 이상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떨어진 것이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 계열사들까지 신용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자기 신용도로 채권도 발행 못하는 어려운 회사'라는 평판 훼손을 감내하고 이자를 조금이라도 아껴 실리를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LX하우시스와 SK렌터카 등에 이어 LG디스플레이, 한라, 동화기업 등도 신보 지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편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회사채를 '줍줍'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1분기 기업 실적이 양호했고 현금 유동성 수준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추후 스프레드가 더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지요. 오는 19일 수요예측에 나서는 DL과 SK에너지 등의 결과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