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변리사법 개정안, 특허청 공무원에 노후대책 선사한 꼴"

변협, 변리사법 개정안 폐기 촉구


대한변호사협회가 변리사에게 특허·상표·디자인 관련 민사소송 영역에서 소송대리권을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를 통과한 것을 두고 “특허청 공무원들에게 또 하나의 노후대책을 선사하는 꼴”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변협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국회는 공무원 특혜와 직역 이기주의로 점철되고, 민사소송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변리사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산자중기위는 12일 변리사가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 침해에 대한 민사소송에 한해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변협은 “산자중기위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주요 선진국에서도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한다’는 변리사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위 법안 의결의 근거로 삼았다”며 “이는 외국 입법사례를 아전인수격으로 왜곡한 허위주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변협에 따르면 미국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BAR)을 합격한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만 특허관련 소송수행을 할 수 있고,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변리사(Patent Agent)는 소송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변리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과 변호사시험(BAR) 합격을 거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독일은 변리사에게 특허 등 침해소송에서 소송대리권을 부여하지 않고, 영국은 2010년 1월 1일부터 변리사 제도를 폐지해 특허변호사와 상표변호사 제도를 신설하는 사법개혁을 진행했다고 변협 측은 설명했다.


변협은 “오직 일본만 2002년 변리사법을 개정해 침해소송에서의 공동소송대리권을 일부 인정하는 ‘부기변리사’제도를 도입했다”며 “이러한 시도는 결국 제도적 실패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침해소송대리인으로 활동한 부기변리사 비율이 2011년 14.4%, 2012년 16.6%, 2013년 18.1%, 2014년 17.1%로 매우 낮았다”며 “부기변리사 지원율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침해관련 민사소송 절차에서 현실적으로 변리사의 조력이 도움이 되지 않거나 변리사가 담당할 업무영역이 거의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변리사법 개정안을 졸속으로 처리한 배경으로 불공정과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변협은 “현재 특허청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7급 공무원은 변리사 1차 시험을 면제받고, 5급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1차 시험 전 과목과 2차 시험 일부 과목을 면제받고 있다”며 “단지 특허청 출신이라는 전관의 이름으로 변리사 자격증과 소송대리자격을 거저 취득하게 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공정과 상식을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방향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송대리는 소의 제기부터 증거제출과 증인신문 등 변론, 항소에 이르기까지 소송전반에 걸친 일체의 포괄적 권한 대리”라며 “체계적인 법률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변호사시험을 거치지 않은 비전문가에게 이같이 포괄적인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로스쿨제도 도입의 취지와 민사사법 체계에 반하며, 실무적으로도 많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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