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자녀 1인당 5000만원까지인 무상 증여 한도(증여세 인적공제)를 8년 만에 상향될지 주목된다. 현재는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증여액이 5000만원을 넘기면 과세표준별로 10∼50%의 세금을 내야 한다.
16일 관계 부처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작성 자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상속·증여세 인적공제 확대를 통해 납세자의 세금 부담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인사 청문을 위한 서면 답변에서 "상속·증여세 부담 적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인적 공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올해 하반기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도 향후 이행 목표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세법을 고쳐 당장 내년부터 인적공제 한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현재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성인 자녀·손주 등 직계비속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자녀 1인당 50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만약 증여를 받는 사람(수증자)이 미성년자라면 2000만원까지만 비과세가 가능하다.
이러한 직계 존속→비속 간 인적공제 금액은 지난 2014년 세법 개정을 통해 3000만원에서 5000만원(미성년 1500만원→2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돼왔다. 만약 올해 세법 개정에서 공제액을 상향하게 되면 8년 만에 개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배우자 간 증여의 경우 공제 한도가 더 오랜 시간 유지된 상태인데, 공제액이 2008년 3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된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다.
더구나 증여 한도는 10년간 누계 기준으로 적용된다. 예컨대 A씨가 지난해 성인 자녀 B씨에게 1억원을 증여했다면 공제액 5000만원을 뺀 나머지 5000만원에 대해서는 10%(과세표준 1억원 이하)의 세금이 매겨진다. 이 경우 A씨와 B씨는 이미 증여세 공제 한도를 채웠으므로 10년 후인 2031년까지는 추가 공제도 받을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재산 가치 급등의 영향으로 증여세 납부 인원과 규모 또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 소관 세수 가운데 증여세수는 8조614억원으로 전년(6조4711억원)보다 24.6% 증가했다. 이는 2017년(4조4433억원) 이후 4년 만에 81.4% 뛰어오른 수치다.
증여세 신고 인원은 2020년(21만4603명) 기준으로 이미 2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7만4197명)과 경기(5만4679명) 지역에 신고 인원의 60%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증여세 인적공제가 최근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특히 세대 간 증여에 어려움을 준다는 지적이 납세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추 부총리 역시 국제적으로 높은 세 부담과 그간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인적공제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세대 간 자본 이전을 통해 소비 여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직계존비속 인적공제액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는 이미 증여세 인적공제를 상향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직계 존속→비속 인적공제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직계 존속→미성년 비속 인적공제액을 현행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각각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말 대표 발의했다.유 의원은 "계속된 물가 상승과 재산 가치의 상승으로 실질적인 증여재산공제 한도가 축소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도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배우자 간 증여 인적공제가 조정될 가능성은 당장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증여 한도가 누계 적용되는 기간(10년)을 조정하는 방안도 이번 개정 고려 대상에는 일단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적공제 확대 추진 계획이나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