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멘트 생산 업체들이 올 1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시멘트 생산 원가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유연탄값을 비롯해 주요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다.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업체들이 판매 가격을 올렸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유연탄 시세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일시멘트(300720)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2606억 원의 매출과 -3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당초 시장에서는 신영증권의 추정을 토대로 매출 2820억 원, 영업이익 140억 원 수준을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고려시멘트(198440)도 올 1분 15억 원의 영업손실로 지난해(-12억 원)보다 적자 수준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쌍용C&E(쌍용씨앤이) 역시 이번 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98% 급감한 4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시멘트 업체들의 연이은 실적 쇼크는 유연탄 가격의 급등세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시멘트 생산 원가의 약 40% 정도를 차지하는 유연탄의 국제 시세는 지난 2020년 평균 1톤당 60달러 중반에서 2021년 130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특히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터지자 유연탄 가격은 사상 최고가인 427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여기에 모래, 자갈 등 원재료 가격도 줄줄이 인상된 것도 업체 입장에선 부담될 수밖에 없다.
높아진 원가 부담에 시멘트 회사들은 판매가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실제 지난달 쌍용C&E는 레미콘 업계와 1톤당 판매가를 7만 8800원에서 9만 800원으로 15.2% 올리기로 협의했다. 한일시멘트의 1분기 평균 내수가격도 전년 대비 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업체들로선 점차적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또 유연탄 대신 순환자원 사용량을 늘리려는 노력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도 적지 않다. 유연탄 가격 동형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 국제 유연탄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3월 2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397.80달러로 400달러에 육박한 수준까지 회복한 상태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이달 400달러를 재돌파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