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계가 ‘스마트팜(smartfarm)’에 꽂혔다. 최근 들어 이상 기후와 수급 불안정으로 먹거리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안정적 상품 공급이 가능한 스마트팜의 장점에 주목하는 업체가 점점 늘고 있다. 관련 스타트업 등과 일찌감치 협업·투자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상품 유통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매장 내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이용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도시형 스마트팜 카페 ‘팜스365’를 서울 마포구 월드컵점에 선보인다고 16일 밝혔다. ‘팜세계로’가 운영하는 이곳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소비자가 직접 재배 현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매장 내 조성된 스마트팜에서 유럽 잎채소류와 허브를 재배·수확하고, 이를 활용한 샐러드와 음료, 아이스크림 등을 즉석에서 가공해 판매한다. 대표 작물은 ‘새싹쌈’이다. 버터헤드, 롤라로사, 이자트릭스 등도 직접 재배해 판매한다. 이마트(139480)와 롯데마트는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상품을 늘리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스마트팜 애그테크(농업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인 ‘엔씽’과 협업해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이마트 후레쉬센터 옆에 스마트팜을 세웠다. 이곳에서 로메인, 버터헤드, 바타비아 등 다양한 스마트팜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곳에서 재배된 작물들은 이마트 8개점에서 8만 개 이상 판매됐다.
롯데슈퍼는 지난달 스마트팜 브랜드 ‘내일농장’을 출시하고, 첫 상품으로 ‘가농 바이오’와 협업한 ‘내가 처음 집은 무항생제 계란’을 선보였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온도와 습도 등의 사육 환경을 최적화해 닭이 우수한 상품을 산란할 수 있도록 했다.
식품 업계에도 스마트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지난해 스마트팜 시스템 개발·판매업체인 ‘퍼밋’에 지분 투자를 한데 이어 올해도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오바마 버거’로 유명한 미국의 버거 브랜드 ‘굿스터프이터리’는 이달 초 서울 강남구에 첫 번째 국내 매장을 열었는데, 이 곳에 채소 12종을 직접 재배하는 스마트팜 ‘GT팜’을 마련했다.
업계가 앞다퉈 스마트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급등락을 반복하는 신선식품 가격 안정성에 대응하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여름에는 긴 장마, 2021년 여름에는 이른 폭염이 발생하는 등 매년 예측할 수 없는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했고, 그때마다 농산물의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하지만 스마트팜은 이상 기후 여부에 관계없이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