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변리사에게 공동대리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대한변호사협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세무·법률 플랫폼 등 유사 직역 분쟁에서 열세를 보였던 변협이 협회장 선거를 8개월 앞두고 내부를 추스르기 위해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협은 16일 성명을 내고 “공무원 특혜와 직역 이기주의로 점철되고 민사소송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변리사법 개정안을 국회가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12일 소송 실무 교육을 이수한 변리사가 특허권·디자인권·상표권 등 침해에 대한 민사소송에 한해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을 대리하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변협과 특허청은 해당 개정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변협은 변리사법 개정안이 특허청 출신 전관들에게 “또 하나의 노후 대책을 선사하는 꼴”이라며 지적한다. 별다른 검증 없이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특허청 전관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자체가 특혜라는 주장이다. 반면 특허청은 ‘졸속 입법’이라는 변협 주장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산자중기위 공청회 단계에서 진술인 4명 가운데 2명이 변협 소속이었던 데다 법안소위가 통과된 후 전체 회의에서는 변호사·변리사협회장이 참여한 치열한 토론회까지 거쳤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법안 자체도 벤처협회가 두 번이나 성명서를 내는 등 기업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회원들 사이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반대 목소리에 한층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협이 그동안 변호사의 세무 업무를 일부 금지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 법률 플랫폼과의 분쟁 등 현안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협회장 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데 따른 이른바 ‘내부 추스르기’라는 분석이다.
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관계자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이전부터 논의됐음에도 손 놓고 있다가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니 행동에 나서는 건 집행부의 무능함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뒤늦게 일을 하려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강경 노선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직역 갈등과 관련해 변리사·회계사들이 국회에서 로비할 동안 변협은 번번이 공론화조차 늦었다”며 “결국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