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에도 보상 늘려야" VS "인건비 축소" 빅테크 온도차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MS, 성과급 등 예산 두 배로 늘릴 것
구글도 성과체계 개편으로 연봉 높여
기술주 부진에 따른 비용 축소 행보와 차별화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나스닥을 휩쓴 기술주 부진에 역대급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빅테크 기업이 채용 동결, 인센티브 축소 등 인건비에 손을 대는 반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직원들에 대한 보상액을 높이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장기 프로젝트를 보류하고 인재 보상 등 정책에 손을 대는 것과는 다른 전략이라 주목된다.


16일(현지 시간) 정보기술(IT) 매체 긱와이어 등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성과급 인상에 할당된 예산을 두 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또 선임 디렉터 이하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식 지급을 최소 25% 이상 높인다는 전략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인재들에 대한 시장 수요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여러분의 영향력은 회사 내에서 인정 돼야할 뿐만 아니라 깊이 감사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개개인을 위한 장기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이 같이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 나델라 CEO 링크드인 프로필 갈무리

수요 높은 사회 초년생~중간 연차 혜택 늘려


이번 결정에 따라 MS는 전세계적으로 성과급 지급을 두 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노동 시장의 수요가 높은 사회 초년생부터 중간 연차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나델라 MS CEO는 "레벨 6~7 이하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지급되는 주식 보상금을 최소 25% 이상 확대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레벨 6~7의 경우 매니저~디렉터 수준의 직급으로 사실상 임원(파트너)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혜택을 보게 됐다는 설명이다.


MS는 지난 1분기에도 연봉과 성과급을 포함하는 연구개발비를 전년 동기 대비 21% 늘린 바 있다. 회사가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맞서 클라우드 부문 성장 속도를 높이면서 인재 유치뿐만 아니라 인재 유지에도 방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성장하는 분야에 투자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구글도 이달 초 성과체계를 개편해 직원들의 급여를 인상한 바 있다. 구글은 새로운 평가 시스템인 'GRAD(Google Reviews And Development)'를 도입하면 직원 대다수가 기존에 비해 연봉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1년에 두 차례 이뤄지던 평가를 한 차례로 줄이고 동료 평가 비중을 줄여 직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연합뉴스


인건비부터 축소 나선 기업들과 상반된 행보


구글, MS의 이 같은 인재 투자 확대는 최근의 빅테크에서 잇따라 진행하는 채용 동결, 인센티브 축소 흐름과는 배치되는 행보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인수를 기다리고 있는 소셜미디어 기업 트위터는 채용을 중단하고 채용 절차에 합격해 입사를 앞둔 이들에게 채용 취소를 통보한 바 있다.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팬데믹 초반인 2020년에는 이용자와 매출 부문의 성장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중심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며 “이제는 우리의 로드맵과 목표에 대한 칼날을 뾰족하게 갈기 위해 각종 비용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메타(옛 페이스북), 승차 호출 업체 우버,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까지 인건비 감축 등 긴축 기조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버는 앞서 인센티브 지출을 줄이고 채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메타는 중간 매니저급과 임원급의 인력 채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회사의 주력 부문인 리얼리티랩의 인력 규모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