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들이 선보인 ‘만기 연장’ 대출 상품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통상 30~35년이던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만기가 이례적으로 40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5대 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4곳이 이 상품을 선보였다. 은행들이 이 상품을 내놓은 이유는 대출 만기 연장이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는 주담대 등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한다. 이미 대출이 있고 연소득이 낮다면 DSR 40% 규제에 막혀 대출이 어렵다. 하지만 만기가 늘어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면서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당장 대출이 시급한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희소식이지만 만기 연장 대출 상품의 이면을 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만기가 연장되면 같은 대출 금액이라도 갚아야 할 총이자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6억 원을 30년 만기(연 4%)로 빌리면 총납입 이자액은 4억 3121만 원이지만 40년으로 늘어나면 6억 366만 원으로 불어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이자가 1억 7200만 원 더 많아지는 셈이다. 당장 대출 숨통이 트여도 미래에는 더 큰 이자 상환 부담감에 허덕여야 한다는 점에서 ‘조삼모사식’ 접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배만 불려주는 상품이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차주들의 이자액이 늘어나면 그만큼 은행들의 이자 이익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대출 금리는 앞으로 더 올라갈 일만 남았다. 연말 국내 기준금리가 2%를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결국 은행은 대출 문턱을 낮췄다고 ‘생색’내면서 동시에 더 많은 이자 이익도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올 1분기 4대 금융지주가 거둬들인 이자 이익은 9조 1436억 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 1분기 국내 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금리 상승 영향으로 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9% 늘어난 12조 6000억 원이다. 올해도 은행들이 ‘이자 장사’에 몰두했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