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값 10배 급등·장비조달 차질에…삼성·SK 투자시기 앞당겨

■공급난 심화에 특단 대책 마련
공정 필수재 크립톤·제논가스 등
우크라 여파 속 대체재 확보 난항
핵심부품·웨이퍼 등도 품귀사태
“국내 소부장 저변 넓혀야” 지적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마비 등으로 칩 제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아 수급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빡빡한 공급망 상황에 대비해 투자 계획을 앞당기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로 들어오는 네온 가스는 톤당 가격이 올 1월보다 10배 오른 129만 850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네온 가스 가격인 4만 5000달러보다 28배나 오른 가격이다.


네온 외에도 크립톤·제논 가스 가격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크립톤 가격은 2.41배 오른 155만 달러를, 제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9배 오른 약 588만 달러를 기록했다.


네온·크립톤·제논 가스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핵심 소재다. 네온은 반도체 회로를 빛으로 찍어내는 ‘노광’ 공정에서 불화아르곤(ArF)·불화크립톤(KrF) 등 빛을 만들 때 쓰이는 가스다. 크립톤·제논은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회로를 깊게 깎아낼 때 쓰이는 화학 물질이다.


이들 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다. 세 종류의 가스를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업체는 우크라이나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2월 말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현지 업체 연락이 두절돼 메인 공급망이 끊겼다.


업계에 따르면 피해가 막심한 우크라이나 동부 소재 업체들은 여전히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나마 피해가 덜한 우크라이나 서부 쪽 업체는 원재료를 확보하는 대로 가스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대체재는 있다. 4월 한국으로 수입된 네온 10.2톤 중 86%는 중국에서 건너왔다. 그러나 수입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우크라이나 제품이 소량으로 줄어든 데다 전쟁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체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한 소재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희귀 가스를 구하는 일이 거의 힘들다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도 중국 등 대체 업체들이 설비 증설을 끝내고 가격을 올려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세계적인 공급망 대란으로 화학 소재 외 반도체 장비·부품 수급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ASML·램리서치 등 외국계 유력 장비 회사들은 장비를 만들 때 필요한 반도체나 부품이 없어서 제품을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비를 제때 납품하지 못해 올 1분기 매출에 지장을 받은 회사도 나올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반도체 공정의 가장 기본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섬코·신에쓰 등 일본 회사들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공급망 마비로 고객사 대응이 쉽지 않음을 밝혔다. 신에쓰화학 측은 지난달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령에 영향을 받아 실리콘 금속 가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6배 가까이 올랐다”며 “실리콘 금속 기반으로 만든 제품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납기 지연 등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 계획을 앞당겨서 진행하고 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열린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사업 계획을 기존 일정보다 상당히 앞당겨 수립하며 대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갈수록 심화할 공급망 마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 저변을 넓혀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