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BOE) 총재가 식품 가격 상승을 ‘종말론적(apocalyptic)’이라고 표현하며 대응이 어려워 속수무책이라고 토로했다.
1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이날 하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해 “종말론적인 것은 식품 가격”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농작물을 수출하지 못하는 것이 영국의 주요 걱정거리”라고 밝혔다.
베일리 총재는 올가을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0%(전년 대비)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3월 7.0%로 약 30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그는 “물가 제어에 속수무책인 상황인가”라는 한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며 “매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베일리 총재는 물가가 BOE의 목표치인 2%로 낮아질 때까지 기준금리를 충분히 높게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경제에 불필요한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물가를 목표치에 부합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BOE가 물가를 잡기 위해 필요하다면 경기 침체도 용인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BOE는 이달 기준금리를 1%로 0.25%포인트 올렸다.
물가가 급등하기 전에 미리 금리를 올려 대응했어야 했다는 ‘실기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베일리 총재는 “통화정책은 팩트와 증거 등에 기반해 결정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이 시차 없이 연이어 일어났다. 이는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영국 가정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데이브 램스든 BOE 부총재는 “BOE가 기준금리를 올려 영국의 일부 가정이 추가로 고통을 겪을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을 갱신하는 사람은 1년 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낼 것이고 이에 따라 다른 소비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