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헤지펀드 타이거글로벌도 손절… 기술주 수난시대

美 타이거 글로벌, 넷플릭스·리비안 등 대량 매도
긴축 여파로 나스닥 급락, 올 들어서만 170억달러 손실
버핏은 美 석유사 주식 90만주 사들이며 기술주서 갈아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기술주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유명한 미국 헤지펀드 타이거글로벌이 보유 중이던 빅테크 기업 주식을 수백억 달러어치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상대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자 추가 손실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치가 올라간 에너지 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기술주에서 갈아탄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 시간) 타이거글로벌이 최근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던 넷플릭스와 미 전기자동차 업체 리비안 주식의 상당수를 덜어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도 타이거글로벌은 개인 주식투자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와 홈트레이닝 서비스 펠러턴의 주식 중 80%가량을 팔았으며 숙박 공유 앱 에어비앤비와 나스닥 상장 폐지를 예고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등은 아예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했다. 이런 영향으로 타이거글로벌의 보유 주식 금액은 지난해 말 460억 달러에서 올해 1분기 260억 달러로 200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빅테크 전문 헤지펀드의 기술주 ‘손절’은 연준이 고강도 긴축에 돌입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올라 시중에 돈이 귀해지면 투자자들은 현재 가치 대비 성장 잠재력이 큰 기술주보다 미 달러나 채권 같은 안전 자산을 더 찾기 때문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연초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으며 이런 영향으로 타이거글로벌은 올 들어서만 벌써 17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거글로벌 측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외부 거시 변수의 영향이 컸다”고 투자 손실의 이유를 설명했다. 타이거글로벌이 신생 기술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만큼 이번 조치가 벤처 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FT는 평가했다.


투자사 버크셔해서웨이를 이끄는 워런 버핏도 최근 에너지주를 중심으로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지난주 미 정유사 옥시덴털패트롤리엄 주식 90만여 주를 매입했다고 공개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올 2월 말부터 옥시덴털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현재는 10대 보유 종목에 들어갈 정도로 보유량을 늘렸다. 지난해 ‘투자할 회사가 없다’며 막대한 현금을 쌓으면서도 애플과 대형 게임사 액티비전블리자드, HP 등의 지분은 꾸준히 사들인 버크셔해서웨이가 에너지주 매입으로 투자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에너지 기업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오르며 기업 가치도 덩달아 뛰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 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최근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람코가 시총 1위 기업 자리를 되찾은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석유 수요가 급감한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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