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검찰 인사 시계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된 가운데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 앞서 현안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 간부들부터 먼저 개편하는 ‘핀셋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은 이날 중 대검찰청 차장 검사,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내 ‘빅3’에 대한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이튿날부터 속전속결로 인사에 나서는 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조직 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를 필요가 있고 지도라인 부재의 장기화도 막아야 한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특히 최대 검찰청이자 현안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장과 검찰 예산과 인사 권한을 쥔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는 조직 장악을 위한 핵심보직인 만큼, ‘믿을 맨’을 보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가,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내다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한 뒤 좌천된 바 있다. 한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시절 특수1부장으로 있었던 신 부장은 청문회 준비단 총괄팀장으로도 활동했다.
‘빅3’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뒤 공석인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 준비절차와 함께 정기 인사 전 소규모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통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협의를 거쳐 인사가 결정되는데 한 달 이상의 시일이 걸리는 검찰총장 인선 작업을 기다리기에는 검찰 내 주요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우선 검수완박에 반발한 고위 간부의 줄사퇴로 생긴 업무 공백을 메우는 것이 급선무다. 아직 수리되지는 않았지만 박성진 대검 차장을 비롯해 고검장급 8명이 사표를 낸 상황이다. 검찰 고위 간부들의 용퇴 행렬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하면 검사장 승진 대상자만 15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검수완박법 시행 4개월을 앞두고 주요 현안사건 수사를 총괄하는 검사장급들에 대한 전면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총장 직무대행을 겸하는 대검 차장과 협의를 거쳐 고검장들과 대검 공공수사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 핵심 지휘 라인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다음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친정부 성향 검사’로 불렸던 이들에 대한 ‘가지치기’ 작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 ‘편향 인사’로 내부 불만이 쌓여온 데다 한 장관이 대표적인 피해자였던 만큼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의 표명은 다가올 검찰 인사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인 이 지검장은 추미애·박범계 전 장관 시절 검사장급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한 뒤 서울남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정관재계를 겨냥한 주요 사건을 수사 중인 만큼 이 지검장에 대한 교체는 대선 결과가 나온 시점부터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졌다.
이외에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신성식 수원지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박은정 성남지청장 등도 좌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대한 감찰을 주도했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 대한 거취도 관심사다. 한 부장의 임기는 2023년 10월까지지만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은 감찰 담당 검사가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에게 퇴직 명령을 제청할 수 있다.
전날 한 장관은 검찰 인사 기준을 묻는 질문에 “공직자 인사는 국민에게 좋은 서비스를 주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국민에게 좋은서비스 한다는 걸 중심으로 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