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관련해 “초기 대응이 미숙했다”고 질타했다. 북한은 연일 수십만 명의 신규 확진 의심자(발열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남측의 의료 보건 협력 제안에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강행과 중국·러시아를 통한 의약품 지원을 모색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1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건국 이래 처음으로 맞닥뜨린 방역 시련의 초기부터 위기 대응 능력의 미숙성은 우리 사업의 허점을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의 방역 상황에 대해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호전 추이가 지속된다”며 “국가 방역 정책을 부단히 기동적으로 조정함으로써 방역 전선에서 계속 승세를 틀어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전날 신규 발열자가 26만 9000여 명으로 15일(39만여 명)보다 줄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매일 수십만 명의 신규 감염 의심자가 나오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사흘째 우리 정부의 보건 의료 협력 통지문 발송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전날 이와 관련해 “여러 정무적인 고려가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측의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ICBM·핵실험 등 도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일 방한에 맞춰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은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가져갈 이번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 CNN은 미국 정보 당국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앞두고 북한이 ICBM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의 방역·의료 물품을 지원받거나 받을 예정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최근 항공기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방역 용품을 대거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러 북한대사가 러시아 외무차관과 백신 지원 등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더불어 북한이 이미 중국식 봉쇄·통제 방역 체제를 평양 등 주요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만큼 뒤늦게 한국의 백신을 들여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호응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