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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꽉찬 풀(full) 3D 입체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촘촘히 찍은 이미지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NeRF(Neural Radiance Field)’라는 추론 기술을 활용하면 단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도출해 낼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사진에 찍히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해 내서 부족한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이다.
국내 AI의 선두주자인 네이버가 NeRF 분야 연구·개발에 본격 뛰어들기 시작했다. NeRF는 가상·증강현실(VR·AR)의 핵심으로 각광받는 기술이다. 구글, 메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앞서 상당한 진보를 이뤘지만 국내 기술력은 아직 더딘 상황이다. 네이버는 그동안의 공백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의 협력을 통해 메꿔나가고 있다. 올 초 세계 최고 권위 머신러닝(ML) 학회 ‘ICLR 2022’에서 관련 논문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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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경제와 만난 하정우 네이버 AI랩 소장은 “아직 내부 연구·개발 단계”라면서도 “일반적으로 쇼핑에서 풍부한 3D 시각정보를 제공하거나, 디지털 휴먼 퀄리티 향상, 메타버스 실감 콘텐츠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AI는 지난해 초대규모AI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인 이후 1년이 지나 온갖 영역을 넘나들며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똑똑한 AI인 초대규모AI로 두각을 나타냈다면 이제는 기발한 AI인 ‘초창의적AI’를 통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 소장은 “초대규모AI란 말 그대로 기존 AI 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AI”라며 “대표격인 미국 오픈AI에서 만든 ‘GPT-3’는 전작인 ‘GPT-2’ 보다 100배 이상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는데 초창의적AI는 여기서 더 나아가 초대규모AI를 기반으로 창작까지 해내는 AI”라고 설명했다. 창의력이 요구되는 미술, 음악,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글로벌에서 오픈AI의 ‘달리(DALLE)-2’ 모델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는 초창의적AI에서 NeRF뿐 아니라 괄목할 성과들을 다양하게 뽐내왔다. 눈, 코, 입 등 여러 부위를 자연스럽게 합성해 제3의 얼굴을 만드는 ‘StyleMapGAN’을 비롯해 하나의 이미지로 다양한 변환을 주는 ‘StarGAN’, 웹툰 자동 채색 기능인 AI페인터 등 콘텐츠 창작을 돕는 혁신적인 AI 기술들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하 소장은 “이미 글로벌 경쟁자들이 뛰고 나는 초대규모 AI와 달리 초창의적 AI에서 만큼은 대부분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라며 "퍼스트무버(개척자)로 승부를 걸어 볼만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초창의적 AI 전략의 중심은 ‘네이버-KAIST 공동 연구센터’다. 하 소장과 KAIST AI 대학원의 주재걸 교수가 공동 센터장 격을 맡고 있다. 하 소장은 “회사 따로 대학 따로 놀면 망한다는 절박함이 공동 연구센터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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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네이버 제2사옥 ‘1784’에 KAIST와의 초창의적 AI 연구센터가 둥지를 틀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1784 4층에는 100명 가량 수용 가능한 AI 연구센터를 비롯해 바로 옆에는 140석 규모의 스타트업 전용 공간 ‘D2SF @분당’이 자리를 잡고 있다. 대부분 AI 기술 스타트업들이 입주했다. 이날 하 소장과 함께 만난 주 교수는 “그동안 연구센터가 외부에 있다 보니 기업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상당히 큰 제약이 있었는데 이제 더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하 소장은 “같은 건물에 KAIST, 스타트업들과 적극 소통하고 자극을 주고받으며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