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중저소득자가 ‘대출 상환 방식’만 바꿔도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DSR 규제로 대출 한도 감소 폭이 컸던 저소득자에게는 새로운 선택권이 될 수 있는 만큼 상환 여력 등을 고려해 꼼꼼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18일 주요 시중은행들의 시뮬레이션 결과 중저소득자인 연소득 5500만 원의 차주까지는 대출 상환 방식을 원리금 균등 분할이 아닌 ‘원금 균등 분할’로 선택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 원인 차주가 규제지역에서 시세 10억 원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대출 기간 30년·금리 4.20%)을 선택하면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은 약 3억 4000만 원이다. 하지만 원금 균등 분할 상환 방식을 선택하면 약 3억 6000만 원으로 최대 대출 가능 한도가 2000만 원 더 늘어난다. 같은 조건으로 연소득 4000만 원인 차주가 원금 균등 분할 상환 방식을 선택하면 최대 약 2억 9000만 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원리금 분할 상환(약 2억 7000만 원)보다 최대 대출 가능 한도는 2000만 원 더 늘어나게 된다.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은 매달 동일한 원금과 이자를 대출 만기 때까지 갚아 나가는 방식이다. 반면 원금 균등 분할 상환 방식은 대출원금을 균등하게 매월 나눠 갚고 이자는 매월 상환해 줄어든 대출잔액에 대해서만 내면 된다. 초기에 이자가 많다가 점점 줄어드는 형태다. 결국 초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원금 균등 상환 방식이 이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기 몇 년간은 원금 균등 방식이 원리금 균등보다 매월 갚아야 할 대출금이 많기 때문에 원리금 균등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 “하지만 중도 상환하거나 만기 때 내는 이자 규모는 원금 균등 방식이 더 적기 때문에 일정 소득이 보장된다면 원금 균등 방식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조건으로 연소득 5000만 원인 차주가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을 선택하게 되면 연간 부담해야 할 이자(약 860만 원)는 원금 분할 상환 방식(약 770만 원)때보다 100만 원 가까이 더 많다.
원금 균등 상환 방식을 선택할 때 대출 한도가 더 늘어나는 것은 원리금 균등 상환보다 빠른 시일 내에 대출금을 더 많이 갚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기간으로 보면 원금 균등 방식으로 할 때 갚는 원리금 총액이 더 적다”면서 “이를 대출 기간으로 평균을 내면 DSR 산출 시 반영되는 연간 원리금 평균액이 적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대출 한도가 더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지만 DSR 강화 조치는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점에서 ‘상환 방식 변경’은 중저소득자에게 새로운 선택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80%로 완화하고 생애 첫 주택 구입 가구가 아니어도 지역과 무관하게 LTV 규제를 70%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LTV 완화 방안(0→30~40%)도 함께 검토되지만 DSR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현 DSR 40% 규제는 고소득자보다 소득이 적은 대출자들의 한도만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규제 직격탄을 맞은 서민 실수요자의 숨통을 조금이라도 트이게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