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도 野도 말로만 ‘국민 통합’ 외쳐선 안 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42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위원, 국민의힘 의원 등이 광주에서 열린 기념식에 총출동한 것은 통합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5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철학”이라며 “이제 광주와 호남이 보편적 가치 위에 담대한 경제적 성취를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으나 5·18 기념사를 직접 퇴고하며 통합을 강조했다.


극심한 국론 분열과 진영 대결은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막는 고질적 병폐로 작용해왔다. 2019년에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노사 관계 협력 순위에서 한국이 141개국 가운데 130위로 바닥권이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지닌 한국이 제 실력을 발휘하려면 국민 분열 문제부터 시급히 치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 통합’을 앞세우며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으나 조국 사태와 이념에 얽매인 편 가르기 정치로 분열만 키워놓고 정권을 잃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언행일치를 보여야 한다. 진영적 사고와 아집에서 벗어나 야당에도 먼저 손을 내밀면서 국익을 지향하는 통합과 실용의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혹여라도 인재 등용에서 치우침이 있거나 법 집행에서 공정과 상식이 조금이라도 무너진다면 갈등 증폭을 막기 어렵다. 야당도 말로만 통합과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대립을 부추기고 헌법 가치를 흔드는 이중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대 의석을 앞세워 입법 폭주를 하는 몽니와 발목 잡기를 멈춰야 당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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