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제 수장 간 회동이 또다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의 만남은 한중 간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모색할 자리로 주목받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 강화의 움직임 속에 양국 경제 수장 간 회동 시점도 밀리는 모양새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중 경제장관회의 개최 시기가 당초 계획됐던 상반기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당초 올 1월 회의를 타진하다 상반기 중으로 회동 시점을 늦춰 잡았는데 일정을 또다시 조정한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러야 7~8월 중 개최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공산당 대회가 10월 예정돼있는데 중국 측의 사전 준비 일정을 감안하면 회동 시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중 경제장관회의는 양국이 경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연례 협의체다. 우리 측에서는 경제부총리가, 중국에서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각각 참여한다. 발개위는 중국의 모든 경제 현안을 조정하는 공산당 소속 위원회로 일종의 경제 컨트롤타워다.
양측 간 회동이 거듭 늦어지는 것을 두고 중국이 대외 문제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2월에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상황이라서, 이번에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터라 중국 당국자로서는 국내 이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양국 간 의제가 조율되지 않은 탓에 회동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이번 만남을 통해 산업용 주요 원자재와 광물에 대한 수급 안정화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중국 측이 반대급부 격으로 반도체 장비를 비롯한 첨단 품목에 대한 수급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이 동맹국들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만큼 우리 측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로 첨단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당연히 우리 측에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넓혀가는 가운데 새 정부가 보조를 맞추고 있는 만큼 회동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