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KB금융에 밀렸던 신한금융그룹이 계열사에 국내 리딩 금융 기업 자리를 되찾기 위해 ‘KB를 분석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경쟁사의 장단점을 파악하면 자연스럽게 신한금융의 부족한 점과 앞으로 해야 할 과제를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그룹에 보고하도록 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신한금융은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업권별로 KB금융와 비교해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신한금융의 사장단 회의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을 비롯해 지주 내 ‘C레벨(부문별 최고 책임자)’과 각 계열사 사장 등이 참석한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단순하게 수치로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신한과 비교해 KB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라는 의미”라며 “분석을 하는 순간 현재 신한금융이 해야 할 해법이 나오게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실적 면에서 신한금융은 KB금융에 앞섰지만 2020년 이후 2년 연속 1위 자리를 내어줬다. 실제로 KB금융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2019년 3조 3126억 원, 신한금융은 3조 6423억 원으로 신한금융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2020년 3조 5155억 원과 3조 4980억 원으로 역전됐고, 지난해에는 4조 3843억 원과 4조 1126억 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여전히 KB보다 신한이 더 잘한다는 시각이 있다”며 “KB의 장단점을 연구하라는 것은 지금은 자존심을 세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의 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로부터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출받기로 했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1년 동안 얼마의 수익을 얻었는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기준 ROE는 8.8%로 KB금융(9.8%), 하나금융(10.89%), 우리금융(10.59%) 등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열위에 있다. 신한금융은 각 계열사로부터 ROE 10% 유지 방안을 보고 받고 모니터링을 통해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ROE를 경영 전략 수립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신한금융그룹 역사상 처음”이라며 “앞으로 ROE를 기준으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나 미래 성장 동력 등을 마련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 방안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대표적으로 계열사마다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의 평가 기준으로 애플리케이션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를 활용하기로 했으며 지난해 평가 지표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는 “앱에 무슨 기능을 넣고, 어떤 식으로 UI와 UX를 개편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MAU가 얼마나 늘었는지 그 결과를 통해 평가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