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인슐린 맞아야 하는 1형 당뇨, 췌장장애로 인정해야"

[김미영 1형당뇨병 환우회 대표]
1형 환자 4만6475명 불과하지만
완치 불가능하고 합병증도 위험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 펌프 등
기기 도입으로 관리 편해졌지만
구입비 지원 모르는 사람도 많아
질환관리 환자에게만 맡기면 안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데 어려운 수학 문제를 혼자서 풀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환자들에게도 질환 관리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18일 서울경제와 만나 "1형 당뇨병 관리를 환자와 가족에게만 맡기면 안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맞벌이 부부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김 대표는 10년 전 첫째 아이가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서 삶이 바뀌었다. 네 살밖에 안된 아이의 혈당을 체크하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바늘을 찌르고 주사를 놓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는 김 대표. 더욱 괴로운 건 노력만큼 떨어지지 않는 혈당 수치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 선진국에서 사용한다는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ing·CGM)' 소식을 들었다. 당시는 CGM이 국내에 수입되기 전이라 해외 구입처를 수소문해 들여올 수 있었다. 주위 환자에게 알려주다 불법 의료기기 수입 의혹으로 검찰조사까지 받았다. 김 대표는 “몇달 전 커뮤니티에서 10대 때 1형 당뇨병 진단을 받고 20대 초반에 눈, 신장에 합병증이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글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바쁜 부모님 밑에서 민감한 시기에 찾아온 질환을 받아들이지 못한 책임을 10대 청소년에게 오롯이 지우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당뇨병은 체내에 흡수된 포도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내에 쌓이면서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질환이다. 흔한 만성질환이지만 1형과 2형의 차이를 아는 이들은드물다. 한국인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은 비만, 기름진 음식,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의 요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체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는 2형 당뇨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20만 3161명이 2형 당뇨병으로 의료기관을 찾았다. 1형 당뇨병 환자는 4만 6475명에 불과하다. 1형 당뇨병에 대한 인식이 낮은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 정도에 따라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를 병용한다. 잘 관리되면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 반면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 기전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을 전혀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생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해야 한다. 인슐린을 주입하지 않은 채 방치할 경우 고혈당이 악화되어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나 고삼투압성 고혈당 증후군 같은 급성 합병증이 나타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체내 요구량보다 많이 주입하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1형 당뇨병은 주로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병한다고 알려지면서 흔히 '소아 당뇨'라고 불린다. 하지만 실제 연령별 비율을 살펴보면 60대가 8746명(18.8%)으로 가장 많고 50대가 7398명(15.9%), 70대가 7209명(15.5%)으로 비슷한 분포를 나타냈다. 20대 이상 성인이 4만 2879명으로 전체 1형 당뇨병 환자의 92.3%를 차지한다. 어린 나이에 진단 받아도 평생 질환이 지속되고, 30세 이후에 진단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혈당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할 수 있는 CGM의 도입으로 당뇨병 환자들은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1999년 미니메드가 전문가용으로 개발한 CGM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첫 허가를 받은 이래 20여 년간 정확성이 높아지고 크기·무게·복잡성을 덜어내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는 피하지방에 센서를 부착하면 세포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해 스마트기기로 전송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매번 손 끝을 찔러 채혈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환자에게 경고하고 변화 흐름을 읽어 고혈당·저혈당의 사전예측도 가능하다. 글로벌 기업 애보트는 올해 1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 혈당관리 센서 ‘프리스타일 리브레3’를 출품해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프리스타일 리브레3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센서를 팔에 부착하면 최장 14일까지 연속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분 단위로 단위로 혈당 수치와 추세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미세한 주사침을 피하지방에 꽂아 인슐린을 자동으로 투약해주는 인슐린 펌프도 개발되어 인슐린 주입이 필요한 1·2형 당뇨병 환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다. 저혈당 빈도를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당화혈색소(HbA1C) 목표치 도달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합병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2010~2019년 국내 7개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 1형 당뇨병 환자 총 752명을 추적관찰한 결과, CGM을 사용하는 경우 당뇨병성 케톤산증 발생률이 낮았다. 또한 인슐린 펌프를 이용하면 심한 저혈당이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효용성을 인정해 지난 2019년부터 1형 당뇨병 환자의 CGM과 인슐린 펌프 구입비용을 요양비로 지원하고 있다. 전문의로부터 처방전을 발급받은 환자가 직접 기기를 구입한 뒤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환급받는 구조다.


하지만 현장에선 10년 가까이 병을 앓고도 이런 최신 기기가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지난해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한 1형 당뇨병 환자는 2만 3099명(48.5%)이다. 나머지 절반 가량은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찾은 셈인데, 3분진료 현실 상에선 질환관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기회가 차단된다. 1형 당뇨병은 중증 난치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성인이 되면 입원조차 어렵다. 유병기간이 길어지면서 합병증 노출 위험이 증가하지만 치료에 제약이 생기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에선 1형 당뇨병을 췌장장애로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완치가 불가능하고 치료를 중단하면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돼야만 소외되는 환자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환자들이 기기 사용과 질환 관리방법을 숙지하려면 최소 30분 이상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교육상담이 이뤄질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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