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심한 발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김모(55·여)씨. 부신 수질에 생기는 종양인 갈색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방치할 경우 혈관을 수축하는 카테콜라민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고 심장발작이나 뇌졸중까지 이어질 수 있어 수술이 필요한 상황.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 의료진은 부신과 가까운 등쪽을 작게 절개하고 로봇팔을 넣어 부신을 안전하게 절제해냈다. 수술 중 위, 대장 등 다른 장기를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김씨는 수술 후 바로 식사가 가능했다. 또한 작은 부위 한 곳만 절제하다보니 회복 속도도 빨라 수술 이틀만에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은 내분비외과 성태연·이유미·김원웅·조재원 교수팀이 부신질환 환자들에게 후복막(등쪽)을 통한 내시경 및 로봇 부신절제술을 활발히 시행하며 올해 4월 1000례가 넘는 수술 기록을 달성했다고 19일 밝혔다.
부신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비해 몸의 대사 작용과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복부 깊숙이 위치한다. 부신암이나 부신 종양으로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되는 갈색세포종, 쿠싱증후군 등에 걸리면 고혈압, 비만,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술이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은 등쪽 작은 절개면으로 후복막 부신절제술을 시행하며 부신 질환 환자들의 건강 회복과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후복막 부신절제술은 부신이 신장 바로 위쪽, 간과 위 뒤편 깊숙이 위치한 점을 고려해 부신과 가까운 등쪽을 작게 절개하고 내시경 또는 로봇팔을 넣어 부신을 절제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누워있는 환자의 복부에 1~2cm 구멍을 4~5곳 뚫고 복강경 기구를 넣어 부신을 잘라내는 복강경 부신절제술이 이뤄졌다. 하지만 부신이 복부 깊숙한 곳에 있는 탓에 위, 소장, 대장, 간, 췌장 등 다른 장기들을 밀어내 고정한 다음 부신에 접근해야 했다. 이 때 건드린 장기를 회복하는 데 소요되는 평균 이틀 동안은 금식이 불가피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는 후복막 절제술을 시행할 때 복부 뒤쪽 후복막에 1~2cm 구멍을 2~3곳 내고 수술 내시경 또는 로봇팔을 넣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수술 과정에서 조작을 최소화하고 주변 장기를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합병증 발생과 환자들의 불편이 크게 줄었다. 특히 로봇 수술을 도입한 이후 절개 부위가 1~2곳으로 줄며 환자들의 수술 후 통증이 감소하고 회복 속도가 크게 향상됐다. 금식이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수술 후 2일 전후로 퇴원이 가능하다. 1000례를 시행하기까지 배를 여는 개복 수술이 필요하거나 중증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원인 질환으로는 갈색세포종, 쿠싱증후군,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이 각각 30% 내외를 차지하고 그밖에 수질지방종, 초기 부신암, 부신 전이암 등이 있었다. 특정 호르몬이 과다분비되는 기능성 부신 종양 관련 수술이 가장 많았는데 환자들 모두 합병증 없이 무사히 퇴원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후복막 부신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은 아직 많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후복막 부신절제술을 시행하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질환 범위를 넓히고 활발한 수술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로봇을 이용해 300례가 넘는 후복막 부신절제술을 시행했다. 2018년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절개 부위를 2곳으로 줄였고, 2021년부터는 다빈치 SP 시스템을 기반으로 절개를 단 1곳만 진행하는 단일공 로봇 부신절제술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부신암이 진행된 경우에는 환자의 안전과 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개복 수술을 시행한다.
성태연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 교수는 “후복막 부신절제술은 수술 후 복부 통증, 진통제 투약율, 합병증, 회복 속도 측면에서 우수성을 입증하며 부신절제술의 보편적인 방법으로 자리매김해왔다"며 "부신절제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부신질환 환자들의 건강 회복과 삶의 질 개선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