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만인계획 필요…해외인재 적극 유치해야"

[빨라지는 中의 '韓 두뇌사냥']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파격적 대우에 연구 환경 제공
대학도 철밥통 깨고 경쟁 도입"




“기술 패권 시대에 새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핵심 연구자들에 대한 관리와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재료과학과 석좌교수는 19일 미국 출장길에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핵심 인재가 미국으로 나가려는 경향이 큰 상황에서 일부는 중국으로도 유출되고 있다”며 “해외에 있는 우수한 한국계 과학자나 외국 연구자가 한국에서 정착하기도 매우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바이오·소재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쌓고 있는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중국의 대학, 연구소, 성(省) 정부에서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미 싱가포르에서도 많은 연구비를 받고 있고 연구 환경도 좋아 거절했다. 그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부터 반도체·생명과학 등 전략기술의 중국 유출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여러 경로를 통해 중국이 인재와 기술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 핵심에는 탄탄하기로 소문난 ‘글로벌 화교 네트워크’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천인계획·만인계획 같은 글로벌 인재 유치 프로그램뿐 아니라 우수 연구자에 대해 국가과학자·원사로 지정하는 등 대우가 좋다는 것이다.


그는 “베이징대·칭화대의 연구비가 서울대에 비해 3~4배나 많다. 한국에서 핵심 연구자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와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연구자들에게 사명감과 연구 윤리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국내외 인재들을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지 않다”며 “능력 못지않게 네트워크를 따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심 인재를 활용할 수 있는 국가전략을 마련하고 대학에서도 한 번 테뉴어(65세 정년 보장)가 되면 ‘철밥통’이 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나 싱가포르의 대학이 인재의 능력에 따라 대우를 달리하는 것을 참고해 경쟁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미국·중국·싱가포르 등은 인재들에게 무한 경쟁을 시키는 게 특징”이라며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주춤했으나 다시 미국뿐 아니라 싱가포르·한국 등에서도 핵심 연구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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