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서 대규모 이주 앞둬…정부, 불안지역 인허가 늦춘다

[하반기 전세대란 공포]
■ '또다른 뇌관' 정비사업 이주
내달부터 방배삼익·흑석9 등
주요 정비사업장 이주 시작
국토부, 현황 파악해 선제관리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서울 및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대규모 이주를 예고하면서 전세 대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정비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를 파악하고 불안 지역에 대해서는 인허가 시기를 늦추는 등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19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6월부터 서울 서초구 방배삼익아파트와 동작구 흑석9구역·노량진8구역 등 주요 정비 사업장들이 순차적으로 이주를 시작한다. 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다음 달 13일부터 10월 12일까지 4개월간 이주를 진행하기로 하고 조합원으로부터 이주 계획서를 접수하고 있다. 이주를 마치는 대로 철거 작업을 거친 뒤 내년 3월 착공을 목표로 한다.


현재 408가구 규모인 방배삼익아파트는 재건축을 거쳐 지하 5층~지상 27층, 707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조합은 당초 이 단지를 721가구로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대형 평형 물량을 늘리며 전체 가구 수를 조정했다. 인근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22차(132가구)도 이달 3일부터 이주를 진행 중이며 해당 절차는 8월 초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와 인접한 동작구의 재개발 구역들도 이사 준비가 한창이다. 흑석9구역은 다음 달 이주 개시를 위해 현재 이주비 대출 금융기관과 막바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10일에는 조합원 정기총회를 열고 ‘이주 개시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노량진8구역은 9월 이주를 목표로 6월 조합원 총회를 준비 중이다. 이후 이주비 대출을 위한 은행을 선정하고 이주 공고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은평구 갈현1구역(7월), 성북구 동선2구역(8월)도 하반기 중에 이주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는 시기에 이주 수요까지 겹치며 전세난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당장 7월 말부터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물건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전셋값이 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이주자와 세입자 중 단기간 급등한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도권 지역으로 거처를 옮겨야 할 처지다. 특히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하반기 8326가구로 반기 기준 2016년 상반기(8631가구) 이후 최저치로 예상돼 전세 수요를 받쳐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정비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를 파악하는 등 선제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이주 완료 구역(2021년 7월~2022년 6월)과 이주 계획 구역(2022년 7월~2023년 6월)을 조사한 뒤 이주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주의지역’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당월 이주 수요가 총 500가구 이상인 지역 중 이주 물량이 100%(2배) 이상 증가하거나 당월 광역지자체 이주 물량의 40% 이상이 집중되는 지역 등이 해당된다. 지자체 판단으로 이주 관리가 필요한 지역도 포함된다.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이주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시기를 조정하는 등 이주 수요를 관리한다.


다만 실제 인허가 시기를 조정하는 지역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은평구는 앞서 갈현1구역에 대해서도 관리처분 인가 시기 조정 여부를 검토했으나 이주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시기 조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시기 조정이 이뤄진 사업장은 10곳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주 수요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토부 요청으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이주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2018년 반포 아파트 이주 당시에 불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시기 조정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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