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마에스트로가 전하는 지휘의 신비 그리고 고단함

■지휘의 발견
존 마우체리 지음, 에포크 펴냄


50년간 지휘자로 활동해 온 저자가 자신의 경력을 진솔하게 돌아보면서 레너드 번스타인, 카라얀, 토스카니니 등 선배 지휘자와 스승들의 발자취를 꼼꼼히 기록한 책이다. 책을 쓴 존 마우체리는 뉴욕 필하모닉, 프랑스 국립관현악단,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 오페라단을 이끈 세계적 지휘자다. 번스타인의 후학이자 동료로서 18년간 함께 작업하면서 그가 만년에 작품을 초연할 때 지휘를 맡기도 했다.


마우체리의 저서 중 ‘클래식의 발견’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발간된 책으로, 전작이 음악 전반에 관한 길잡이였다면 이 책은 지휘의 신비하고도 고독한 세계의 비밀을 전한다. 책은 지휘를 일종의 마법에 비유하며, 운동으로 치면 마라톤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휘자의 일을 “작곡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소리를 생산하는 많은 사람들과의 협업에 힘입어 그 에너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악보의 행간을 읽으며 그 속의 의도를 해석하고, 작곡가와 당시 시대를 들여다보는 건 물론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악기 소리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지휘는 개인의 기술과도 달라서 순전히 지도로서 능력을 끌어내는데도 한계가 있고, 기력이 떨어져 보이는 연로한 지휘자들이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주무르고 균형을 유지하는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책의 전반부는 19세기 중후반부터 현재까지 지휘의 역사부터 시작해 관현악 악보를 읽는 팁과 지휘자들의 언어와 테크닉 등 기술적으로 유용한 팁을 전한다. 관현악곡의 총보를 읽는 법부터 시작해 지휘봉을 어떻게 쓰는지, 지휘자가 무대 위에서 하는 동작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이 책에 담겨져 있다.


저자는 책에서 비즈니스로서 지휘자의 고단함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카라얀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지휘자의 이미지는 이 직업의 극히 작은 일면일 뿐이라고 책은 말한다. 경력과 명성을 쌓아 음악감독 직책을 맡게 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화려한 삶에 좀 더 가까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이 있으면 있어서 괴롭고, 없으면 없어서 괴로운 삶은 여전하다. 유럽 등 전 세계를 도는 객원 지휘자들은 겉은 화려하지만 실상은 무대의상과 평상복, 무거운 악보 뭉치가 든 가방을 들고 이 도시 저 도시 떠도는 봇짐장수에 가깝다. 저자는 “무릇 지휘자란 막대한 도전과 주변의 기대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를 할 수 있으니 실은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가 하고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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