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결국 디폴트

1948년 英서 독립 후 첫 채무불이행
美 긴축·우크라 전쟁·인플레이션 등
동시다발 악재 아시아 빈곤국 덮쳐

19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한 여성이 등유를 사기위해 주유소에 들렀지만, 물량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가고 있다. AP연합뉴스

건국 이래 최대 경제난을 겪어온 스리랑카가 결국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부터 끊어지기 시작했다.


난달랄 위라싱게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19일 브리핑에서 "현재의 채무가 조정될 때까지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디폴트를 공식화했다. 이번 디폴트는 스리랑카가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첫 국가 부채 불이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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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는 앞서 4월 18일 2023년과 2028년에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총 12억 5000만 달러의 이자 지급일을 놓쳤다. 당시 2023년 만기 채권 이자는 3600만 달러, 2028년 만기 채권 이자는 4220만 달러였다. 스리랑카 재무장관은 지난달 이자 지급일을 앞두고 "연료와 의약품을 마련하고 전기 공급을 다시 정상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채무 불이행을 예고한 바 있다. 결국 스리랑카는 지급일을 놓친 데 이어 한 달간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이날까지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며 디폴트를 맞았다.


스리랑카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가의 주수입원이던 관광 산업이 침체되면서 외환 부족이 시작됐다. 올 초에는 식품과 에너지·의약품을 살 돈이 없어 하루 13시간의 단전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까지 오르면서 스리랑카 전력에너지장관은 유조선 한 척 분량의 원유를 수입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급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한 글로벌 신용 경색이 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를 덮쳤다”고 분석했다.


현 시점에서 스리랑카가 기대할 수 있는 해결책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다. 위라싱게 총재는 "재무부가 어떤 형태로든 구제금융 협의를 이끌어내기를 바란다"며 "이르면 IMF가 20일께 관련 협의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경제난이 이미 최악에 접어든 만큼 오히려 앞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30년 만기 스리랑카 국채 가격은 11일 37센트대에서 이날 39센트로 올라 거래되고 있다. 기도 차모로 픽텟에셋매니지먼스 대표는 "디폴트는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며 "다만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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