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TMI] 북한 코로나 창궐, 백신 지원이 어려운 이유는

북한 내 발열 환자 200만 육박
마스크, 진단기기 등 방역물품 필요
치료제, 백신 지원은 실효성 낮아
국정원 “북한 사실상 지원 거부”

약국에 의약품 공급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에서 대규모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해 정부가 지원 의사를 밝힌 가운데 각계에서는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원을 위해서는 마스크, 진단기기, 치료제, 백신까지 단계적으로 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백신 지원은 상대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매일 20~30만 명의 유열자(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18일까지 발생한 북한 내 발열 환자 총수는 197만 8230여명이며 사망자는 63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감염에 의한 면역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확산세가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북한은 백신 접종자도 없이 처음 맞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몇 백만 명의 감염자과 몇 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폭적이고 신속한 의료자원, 인력, 백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마스크, 진단기기 등 방역물품부터 해열제, 인공호흡기 등 치료를 위한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기, 해열제,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제, 중증화 될 경우 산소호흡기 등을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지금 북한이 부족한 것이 무엇이고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 들어봐야 항목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안면보호구 착용한 북한 방역요원.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공급하는 데는 제약이 있을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 같은 치료제는 필요하면 공급할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도 공급이 충분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 “현재 백신은 여유분이 있지만 다른 나라 공여를 위해서는 백신을 제조한 해외 제약사와의 논의가 필요하고 백신 부작용에 대한 문제도 있기 때문에 직접 지원보다는 감염병대응혁신연합(CEPI)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대책위원장도 북한에 백신을 지원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마 위원장은 “백신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2차 접종 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하는데 이미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늦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관할 수 있는 냉동고, 냉장고뿐만 아니라 충분한 전기 공급이 되는 콜드체인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의료진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조치도 잘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인프라가 부족하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 의사에도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16일부터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하고 있지만 북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북측에서) 아직까지 공식적인 응답은 없지만 실질적으로 거부한 게 아닌가하는 판단이 있다”고 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용의는 언제든지 돼 있다”는 입장이다.



격리된 북한 주민들에게 식품 배달하는 의료봉사원. 연합뉴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