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증시 내려도 관계 없다”…美 휘발유값 또 사상 최대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가 미 경제 방송 CNBC와 인터뷰하고 있다. CNBC 방송화면 캡처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줬습니다. 전날 대형 유통업체들의 이익 쇼크가 이어지면서 나스닥이 0.26%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각각 0.58%, 0.75% 하락했습니다.


시장의 불안감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는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는데요. 백화점 체인 콜스(Kohls)는 1분기 매출이 줄었고 미국의 휘발유값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죠.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긴축 과정에 증시가 내려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매파로 분류되는 조지 총재의 발언과 치솟는 미국의 휘발유값, 증시 전망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긴축, 주식시장 겨냥한 것은 아냐”…“하지만 (증시 하락은) 금융시장 긴축이 나타나는 모습 가운데 하나”

우선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의 말부터 알아볼텐데요. 그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증시 하락에 대한 질문에 “투자자들이 세계의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라 어느 수준이 적합한지를 알아내려고 하는 것 같다. 어떤 측면에서 이는 놀랍지 않고 우리는 이런 변동성을 보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주식시장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증시 하락은) 금융시장이 긴축되고 있다는 모습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는데요.


조지 총재는 금융시장 경색은 어떻게 아느냐는 말에 “나 같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가들은 언제가 충분한 상황이냐는 것에 초점을 맞출 때 인플레이션 타깃을 본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또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본다”고 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은 물가가 너무 높아 연준이 긴축을 해야만 하고 앞으로도 긴축이 예상되는 바, 증시하락은 긴축의 결과 나타나는 여러 현상 가운데 하나라는 거죠. 그러면서 증시가 과도하게 하락하는 것을 염두에 둔 금융시장 경색에 관한 추가 질문에도 현재 연준 관계자들은 증시를 보지 않고 인플레이션만 보고 있다고 한 겁니다. CNBC는 “연준은 증시하락에도 상관 없다(no problem)고 한다”고 해석했는데요.



연준의 금리인상이 증시하락만을 노리는 것은 아니지만 긴축을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증시가 떨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산가격 하락은 수요 감소로 이어져 물가를 잡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연합뉴스

조지 총재는 연준 지도부가 아니지만 그의 발언을 보면 연준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어 도움이 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늘 “주식시장만 아니라 여러 지표를 본다”거나 “인플레 대응이 최우선”이라고 해왔지만 오늘 조지 총재의 말을 들어보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전까지는 증시하락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게됩니다. 전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 확신에 가깝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 조지 총재는 “금융시장은 긴축되기 시작했으며 우리는 인플레를 낮추는 데 성공할 것”이라며 “우리는 중립금리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 중립금리를 추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인플레가 평평해진 뒤 낮아지는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시장은 증시뿐만 아니라 대출, 국채, 회사채 시장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연준이 긴축을 하게 되면 자연히 유동성이 줄어들게 돼 증시에도 영향을 줍니다. 어떻게 보면 증시하락은 긴축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조지 총재가 증시하락을 어떻게 보면 놀랍지 않은 것이라고 한 겁니다. 특히 증시하락에 따른 ‘부의 효과’ 감소는 수요를 줄이게 돼 연준의 정책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증시를 떨어뜨리는 게 목적은 아니지만 긴축을 하다보면 시중의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증시가 하락하게 된다”며 “긴축 사이클에서 자산가격의 조정은 수요를 줄이는 여러 경로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인플레가 어느 정도 꺾일 때까지 연준의 금리 인상속도 조절이나 페드 풋은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최소 몇 달은 그냥 갈 겁니다. 파월 의장도 한 달 정도의 지표를 보는 건 아니라고 했지요.


“美 모든 주서 휘발유 평균 4달러 이상 기업·가계에 상당한 부담”…“여름에 5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쉽게 내려가느냐입니다. 이날 실적을 공개한 백화점 체인 콜스는 1분기 순매출이 전년 대비 5.2% 급감한 34억70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주당순익은 11센트로 시장 예상치(70센트)를 크게 밑돌았는데요. 콜스는 올해 연간 매출 증가율을 기존 전망치 2~3%에서 1%로 낮췄습니다. 콜스의 경우 매출까지 감소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는데요. 로이터통신은 “콜스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기업의 수익과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을 갉아먹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전했습니다.


CFRA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자카리 워링도 “콜스의 1분기 실적이 약할 것이라고 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잠식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시스코 같은 업체도 매출이 예상치를 하회했습니다. 앞서 분기 실적을 내놓은 시스코는 3분기 매출이 128억4000만 달러로 월가 예상치(133억4000만 달러)보다 낮았습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5.5%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월가의 전망치(6%)보다 꽤 낮죠. 시스코는 “공급망 문제가 언제 정상화할지 모른다”며 “중국 상하이 항이 정상화하더라도 초반에 극심한 혼잡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날 시스코는 주가가 13% 넘게 폭락했는데 이래저래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요. 루프의 설립자 진 문스터는 “월마트와 타깃, 넷플릭스 등 큰 기업들이 어닝 예상치를 놓치고 있다”며 “공급망 이슈와 콘텐츠 스케줄을 들어 정당화하겠지만 큰 그림은 우리가 경기침체라는 큰 빙산의 일각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계속되는 휘발유 가격 상승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AP연합뉴스

타깃과 월마트를 괴롭혔던 휘발유값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역의 보통(regular) 휘발유 가격 평균은 갤런당 4.58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는데요. 1년 전에는 3.043달러였죠. 미국 전역의 모든 주가 평균 4달러를 넘었습니다.


문제는 자동차 이용수요가 많은 여름 휴가철인데요. RBC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의 이익감소와 함께 인플레이션 상승에 큰 위험요소가 될 텐데요.


휘발유 가격 상승은 기본적으로 유가가 높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지난 3월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갔던 유가는 낮아졌지만 지금도 112달러 수준인데요. 올 초만 해도 75달러였고 지난해에는 63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수십 퍼센트에 달하는 상승률이 나오는 것이죠.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가 나서 과도한 가격인상이나 담합 행위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휘발유 가격이라는 게 다루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국제유가는 대외변수가 큰 데다 휘발유값 산정에는 유가 외에도 세금과 유통, 정제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인데요. 기업들의 비용이 증가하면 유가와 관계없이 휘발유 값은 제자리를 유지하거나 심지어 오를 수도 있습니다.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기업들이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시작하면 두자릿수 물가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는 말에 “나는 오래 전부터 인플레이션을 경고해왔고 이제는 휘발유가격도 높다”며 “두자릿수는 아니러다로 9~15개월 정도 6~8%의 물가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어닝 리스크 반영 시작”…“주가 최소 몇 달, 여름까지는 가봐야 할 것”

이렇다 보니 증시도 분위기가 계속 좋지 않습니다. 어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날도 하락 마감을 피하지 못했죠. ‘3분 월스트리트’에서도 전해드렸지만 금리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했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이익과 성장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는데요.


물론 아직 전반적인 이익 전망치는 높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조만간 줄줄이 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데요. CNBC는 “올해 어닝 추정치는 여전히 매우 높으며 지난해 대비 9%가 늘어나고 내년에도 10%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온다”며 “하지만 이 전망치는 바뀔 것이다. 주식 애널리스트는 꽤 뒤처져 있으며(behind the curve) 소비자가 강하다는 얘기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9월이나 10월까지 소비자들이 그동안 억눌려왔던 소비를 많이 끝낼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CNBC의 예측처럼 이익뿐만 아니라 증시 예상치도 잇달아 내려가고 있습니다. 체리티 파트너스의 짐 레벤탈은 올 연말 S&P500 예측치를 5030에서 4850으로 조정했는데요. 그는 지금 상황을 베어마켓이 아닌 조정(correction)으로 본다고 주장했는데, 핵심은 세부 수치보다 월가에서 전망치가 계속해서 내려간다는 흐름이겠습니다. 특히 내리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게 중요한데요.



월가에서 연말 S&P500 전망치가 줄줄이 내려가고 있다. 아직은 높은 기업 이익 전망치도 조정될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동안 비관적 전망을 펴온 도이치뱅크는 이날 경기침체가 올 경우 S&P500이 30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추가로 23% 더 떨어진다는 뜻인데요. 빙키 차다 도이치뱅크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우리의 기본 가정은 경기침체가 임박하지 않았으며 연말 S&P 전망치는 기존(5250)보다 낮은 4750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도 “매도세가 장기화하면 시장의 예상에 맞춰 스스로 경기침체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크레이그 존슨 파이퍼 샌들러의 매니징 디렉터는 바닥 논쟁을 가족여행에 빗댔는데요. 그는 “가족여행을 하다 보면 뒤에 앉은 아이들이 계속해서 다 왔느냐고 묻는데 내 답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라며 “어제 상당한 규모의 매도 압력을 봤으며 기술적으로 보면 아직 더 떨어질 공간이 있다. S&P는 10% 정도 더 하락한 3500~3600까지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몇 주 간의 월가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종합해보면 지금의 변동성은 당분간 더 갈 것이고 바닥은 아직 멀 가능성이 높은데요. 최소한 여름이나 그 이후가 돼야 방향이 잡힐 것 같습니다. 몇 달 정도 더 지켜봐야 인플레이션이 꺾이는지 아니면 높은 수준을 유지해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한지 알 수 있겠죠. 2분기 실적에 대한 윤곽이 조금씩 나오면 인플레이션과 어닝에 대한 전망도 확실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틈만 나면 저가매수 얘기를 했던 Sofi의 리즈 영이 이날 “시장은 여전히 몇 달 동안 변동성을 겪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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