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때 아닌 코로나 변수…양승조에게 무슨 일이?[정상훈의 지방방송]](https://newsimg.sedaily.com/2022/05/21/26620H87QD_1.jpg)
1462명. 지난 17일 충남의 코로나19 확진자 수입니다. 이중 한 명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후보입니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이틀 앞두고 찾아온 때 아닌 코로나 확진에 발목을 잡힌 것입니다.
사실 양 후보에게는 코로나 확진보다 더 큰 악재가 이미 찾아왔었습니다. 당내 충남 지역구 의원 중 최다선(3선)이자 이번 지선에서 충남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완주 의원이 성비위 사건에 연루되며 당에서 제명을 당한 것입니다. 안 그래도 충남에서는 안희정 전 지사가 성폭력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을 했던 만큼 양 후보와 민주당으로서는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가까스로 ‘박완주 지우기’를 이어오던 양 후보에게 코로나 확진은 업친 데 겹친 격이 됐습니다. 이로 인해 양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을 집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누가 봐도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마저도 엎치락뒤치락하며 안갯속 판세로 접었기 때문입니다.
양 후보는 ‘랜선’에서 답을 찾은 듯합니다. 자가격리를 하면서 유권자와의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선 인터넷 공간밖에는 답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양 후보는 랜선 유세, 랜선 기자간담회, 랜선 공약발표, 랜선 미팅 등 온라인 유세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아침 페이스북을 통한 ‘일일브리핑’도 진행합니다. 여기서 지선 공약도 소개합니다.
가족들도 총동원됐습니다. 부인과 딸, 아들이 양 후보를 대신해 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양 후보는 지난 19일 충청권 기자들과 진행한 랜선 기자회견에서 “박완주 의원 관련 사건이 발생한 뒤 지지율이 20% 빠졌지만 당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처리했다”며 “코로나19라는 전혀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겹쳤지만 주어진 상황에 좌절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양 후보의 자가격리는 오는 24일 해제됩니다.
양 후보가 잇단 악재로 주춤하는 사이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는 열심히 ‘동진(東進)’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서로 나뉘어져 있는 충남의 정치지형상 농어촌이 밀집한 충남 서부는 국민의힘이, 천안·아산 등 대도시가 있는 충남 동부는 민주당이 유리한 것으로 분류됩니다. 김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도 보령·서천이었습니다. 김 후보는 ‘박완주 공백’이 생긴 천안으로 지지세를 확장시켜 지선 승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성비위 사건으로 인해 민주당을 떠난 민심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여기에 ‘충청의 아들’이라는 든든한 뒷배도 김 후보를 돕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충청의 아들’을 내세웠습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아버지와의 인연을 강조한 것입니다.
당초 원내대표 출마를 고려했던 김 후보가 지선으로 방향을 튼 것도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당시 이준석 대표는 물론,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기현 의원까지 김 후보를 직접 찾아가 충남지사 출마를 설득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새 정부 출범 이후 ‘허니문’ 기간에 치러지는 지선인 것도 김 후보에게는 유리한 부분입니다. 다만 과거 발언 논란은 김 후보가 천안·아산 민심을 잡기 전에 꼭 넘어야 할 산입니다.
흔히들 충청권 민심은 본인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물론 이 또한 지역에 대한 편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간의 사례로 봤을 때 충청은 중앙의 흐름과는 별개로 소신껏 투표해온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슈에 이슈가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충남의 민심이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때 아닌 코로나 변수…양승조에게 무슨 일이?[정상훈의 지방방송]](https://newsimg.sedaily.com/2022/05/21/26620H87QD_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