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한씨는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인 김단명씨는 훈남인데다 자산가 집안의 둘째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시아버지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홀로 남은 시어머니가 사업과 투자에 성공해 많은 재산을 모았고 두 아들을 길러냈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나신한씨,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혼 한지 1년 만에 여행을 갔다가 사고로 남편만 사망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나신한씨는 비록 남편은 없지만 며느리로서 도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자주 찾아뵙고 연락드렸지만, 아들을 오히려 시어머니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이는 멀어졌고 왕래가 끊기게 되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나신한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극복해 나갔고 어느정도 사회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겼던 시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시어머니는 나신한씨에게 다짜고짜 만나는 사람이 있냐고 묻더니 아직 너는 젊으니 새로 시작하라며 만나는 사람이 없다면 종흔 사람을 소개 해주겠다고 하였다. 왜 십 년간 연락이 없던 시어머니는 갑자기 며느리 중매를 서려고 했을까?
시어머니가 갑자기 며느리 중매를 서려고 한 이유는 본인의 재산이 며느리에게 상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이러한 시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나라의 상속제도와 상속순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사람이 죽으면 재산을 가지고 저승에 갈 수는 없다. 결국 남은 가족들에게 이전되어야 하는데 이를 우리는 상속이라고 부른다.
상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인의 재산이 누구에게 얼마나 분배되느냐이다. 이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피상속인(고인)의 유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언이 대중화 되지 않았다. 유언하는 것 자체를 불쾌해하여 아예 하지 않거나 유언할 생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언시기를 미루다 유언을 남기지 못하고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유언이 없는 경우에 상속재산은 공동상속인들 간의 협의로 분할되게 된다.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공동상속인의 전원참여, 전원동의로 결정된다. 만약 공동상속인들 간에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정다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다음의 표와 같다.
상속이 발생했을 때 1순위 상속인이 존재하면 그 다음의 순위의 사람은 상속인으로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1순위에 해당 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 2순위인 사람이 상속인이 된다. 배우자의 경우 1순위인 직계비속과 2순위인 직계존속과 동 순위로 본다. 사례의 경우에는 시어머니가 사망하게 되면 1순위 직계비속인 두 아들들이 상속을 받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며느리는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시어머니의 재산을 상속받을 일은 없다. 하지만 나신한씨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시어머니가 재산이 며느리인 나신한씨에게 상속되는 이유는 시어머니의 상속재산을 나신한씨가 며느리로서 받는 게 아니라 이미 사망한 아들 김단명씨를 대신해서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속을 대습상속이라고 한다.
대습상속의 사전적정의는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사례의 김단명씨)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 그 직계비속이나 배우자(사례의 나신한씨)가 있는 때에는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결격된 자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되는 것’이다. 만약 지금 시어머니가 사망한다면 아들인 김단명씨가 살아있었다면 받았을 상속재산은 대습상속으로 인하여 나신한씨가 받게 되는 것이다. 김단명씨는 이미 사망하였지만 김단명씨가 받을 상속권은 남아있는 것이다.
이렇게 며느리가 대습상속이 가능한 이유는 시어머니와 나신한씨 사이에 인척관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들인 나신한씨의 남편은 이미 사망하였지만 나신한씨는 여전히 며느리이고, 시어머니는 여전히 시어머니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척관계는 나신한씨가 재혼하게 되면 사라지게 된다. 재혼을 하게 되면 더 이상 나신한씨는 며느리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나신한씨의 시어머니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신한씨가 재혼을 해서 대습상속을 받을 권리가 사라지기를 희망하고 중매를 서려고 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대습상속의 원리를 모른 채 상속이 일어난 후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대습상속인이 아닌 공동상속인의 입장에서는 사별이후 거의 남이나 다름없이 살았는데 며느리나 사위였었다는 이유로 혈족이 아닌 사람에게 상속재산이 가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대습상속의 권리가 있는 사위나 며느리도 스스로가 그러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본인의 상속지분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대습상속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고 잘못 대응 했을 경우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상속의 문제는 살면서 누구나 겪어야 할 문제이지만 제대로 대응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망의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자주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리 대비를 하려고 해도 법적인 지식이 부족하거나 가족 간에 예민한 부분이 많아 쉽게 얘기를 꺼내지도 못한다. 하지만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가족 간에 심각한 분쟁이 생기거나 예상하지 못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상속을 하거나 받을 예정에 있다면 전문가와의 적극적인 상담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들을 미리 준비해야한다.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조정익 수석연구원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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