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외교부, 코로나 검사키트 FDA 승인 문건 공개해야"

"공개해도 국익 해칠 우려 없어"
1심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

자가진단키트. 연합뉴스

법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전승인 관련 문건을 외교부가 비공개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 9-2부(김승주 조찬영 강문경 부장판사)는 A씨 등 636명이 "정보공개를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외교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요구한 정보들 가운데 '한국의 3개 진단키트 제조사에 FDA의 사전 혹은 잠정 승인이 결정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한미 정부가 상대방에게 발송한 문서'를 공개라고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외교부는 2020년 3월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3곳의 제품이 미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을 획득했으며 이로써 해당 제품들을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외교부가 FDA 승인을 받은 업체명을 밝히지 않았고 FDA의 공식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된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EUA) 허가 목록에 국내 업체가 없다며 외교부 발표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A씨 등은 같은 해 5월 FDA 사전승인과 관련한 문서를 공개하라고 청구했으나 외교부가 "미 측에서 외교 경로로 받은 FDA 사전승인 통보는 외교 사안"이라며 비공개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외교부가 보관 중인 문서들을 열람·심사한 끝에 공개를 허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 담당자가 주고받은 영문 이메일로 잠정적 의견이나 일부 사실관계를 담은 한 장 분량 문서에 불과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1심은 FDA의 사전 혹은 잠정 승인을 확인할 수 있는 미국 정부의 공식 허가 서류를 공개하라는 청구는 각하했다.


외교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가짜뉴스라는 의혹이 일었던 것과 달리 이후 미국 정부는 국내 3개 업체의 진단키트가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을 받았다고 알려왔다. 씨젠과 오상헬스케어, 진매트릭스 등은 FDA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한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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