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코인) 시장에서 주요 거래소 상장과 관련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기는 부당 거래가 횡행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테이블코인 규제뿐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제도 구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 시간)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아거스가 지난해 2월부터 올 5월까지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FTX 등 주요 암호화폐거래소 3곳이 신규 상장한 코인의 거래 동향을 분석한 결과 총 46개의 암호화폐가 상장 관련 내부 정보를 미리 빼내 투자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아거스에 따르면 해당 46개 코인은 특정 세력이 집중 매수한 후 상장이 발표됐으며 상장 발표로 가격이 급등할 때 매도에 나서 차액을 챙기는 거래 패턴이 확인됐다. 아거스는 46개 코인 매수에 투입된 금액이 1730만 달러에 이르며 상장 직후 매도해 확보한 차익은 최소 170만 달러라고 분석했다.
WSJ는 암호화폐 '그노시스(Gnosis)'의 사례를 대표적으로 소개했다. 한 암호화폐 지갑은 지난해 8월 24일부터 6일 간 36만 달러어치의 그노시스를 매입했으며 이후 8월 29일 바이낸스는 그노시스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지갑은 바이낸스의 상장 발표 4분 뒤부터 매도에 나서 4시간 만에 전량을 팔아 14만 달러의 차익을 남겼다. WSJ는 "내부 정보 유출이 암호화폐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테라·루나 사태 이후 암호화폐에 대한 각국 규제 기관의 제도화 발걸음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거래소를 등록하고 가상화폐 역시 등록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거래소들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1일 네덜란드의 한 TV에 출연해 "(암호화폐 거래) 리스크에 대한 이해가 없는, 모든 것을 잃고 실망하게 될 투자자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시장은 규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