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강경 투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강성 노조로 평가되는 화물연대·택배노조 등이 속속 파업을 선업한 데다 비정규직에 공공 부문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정부 강경 투쟁을 선언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집행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7일 0시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결의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화물연대는 “화물 노동자들은 수백만 원이 넘는 유류비 추가 지출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정부의 유가 연동보조금 등 대책은 적자 운송 상황을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며 “생존권 보장을 위한 운송료 인상과 법·제도적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발생할 물류 차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부분 파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주 월요일만 일부 조합원이 파업하는 방식이다. 택배노조는 3월부터 두 달간 파업을 하면서 CJ대한통운 본사, 물류센터 점거 등 단체행동 수위를 높였었다. 택배노조는 CJ대통 대리점연합과 합의하면서 일터로 복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파업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예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동안 조합원 3000명이 참여하는 파업에 돌입한다. 공공운수노조는 “코로나19로 불평등이 확대됐는데 새 정부 국정 과제에서는 비정규직의 ‘비’자도 찾아볼 수 없다”며 공공 부문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임금 차별 폐지 및 노정 교섭 보장 등을 요구했다. 서비스연맹 소속인 SH공사콜센터지회도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라며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동계의 강경 투쟁은 올해 하반기 본격화될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매년 7월 수만 명이 모이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올해도 강행한다. 정부와 노정 파트너로서 대화에 나서는 등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노총도 최근 올해 운동 방향을 협상보다 투쟁에 무게중심을 두는 쪽으로 수정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윤 정부가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경영계의 입장만 듣고 노동 개혁을 한다면 노동 개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정부에 강력한 요구를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고물가 탓에 현재 월급 수준으로 생활이 어렵다는 노동자가 늘수록 단체행동 범위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