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미국 내 해석이 분분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을 투입해서라도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벌써 세 번째인 데다 이번 발언은 중국 견제를 위해 손잡은 일본과의 정상회담 직후 나왔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미 국방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산된 실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 시간) 국방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은 대만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수단을 제공한다는 대만관계법에 따른 우리의 약속을 강조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 자신도 24일 미국의 대만 정책이 바뀌었는지를 묻는 순방 기자단에게 “아니다(No)”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의 평화와 안정성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이들 해명과는 다소 결이 다른 것이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Yes)”라며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지만 그것이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취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관련 발언 중 가장 명시적으로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상 그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상호방위조약 5조를 언급하며 “일본·한국·대만 등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일본·한국과 달리 대만이 침공을 당해도 미국이 군대를 투입할 의무는 없다. 해당 발언은 당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두 달 후 CNN 타운홀 미팅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오랜 대만 정책인 ‘전략적 모호성’의 수정 또는 폐기를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의 두 차례 발언이 국내에서 나온 것인 반면 이번에는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의 대만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는 “도쿄에서 나온 이번 발언은 미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더 고조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국장도 이번 발언에 대해 “바이든의 개인적 견해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상당히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