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대치 전선이 내각 인사에서 후반기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두고 여야가 한 발씩 물러서면서 파국은 피했지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두고 여야가 힘을 겨루면서 협치는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서로 다른 정당이 맡는 것이 협치를 위한 여야의 상호 존중”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면서 여당과 협치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자 국민 기만”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 총리 인준에 비협조적인 민주당을 향해 “새 정부 발목 잡기”라고 날을 세웠지만 이날은 의장과 법사위원장 독식을 거론하며 “일당 독주”라고 공세에 변화를 줬다.
당장 29일 21대 국회 전반기가 종료되지만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은 교착 상태다. 쟁점은 법사위의 향방이다. 지난해 7월 양당 원내대표는 의석수에 비례해 상임위를 나누고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약속했지만 최근 민주당은 “정부 견제를 위해 법사위는 야당이 가져야 한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합의를 파기했다.
국민의힘은 힘의 균형, 관례 등 원론적 내용을 말하며 ‘법사위 절대 사수’를 외치지만 민주당을 제어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표결로 선출되는데 167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단독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후반기 국회 의장단 선출과 원 구성을 연계해 법사위 자리를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민주당은 후반기 국회의장과 부의장 후보로 각각 김진표 의원, 김영주 의원을 선출해 29일 이전 본회의에서 표결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의장단 선출 표결에 협조하지 않을 방침이다. 민주당 단독 처리가 가능하지만 여당의 협조 없이 의장을 구성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도 크기 때문에 이를 지렛대 삼아 원 배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새 의장이 선출되면 민주당이 의장 직권으로 상임위를 배분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렸다.
민주당은 의장단 선출과 법사위원장을 맞바꿀 생각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할 생각이었지만 국민의힘의 의견을 수용해 날짜를 미룬 것이라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임기 종료 전까지 새 의장을 뽑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원칙대로 의장단을 뽑은 뒤 원 구성 협상을 하는 것이 맞다”며 “(이를 연계한다는 것은) 파렴치한 발언”이라고 맞섰다.
여야 모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후반기 국회 출범과 맞물려 원 구성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이 다음 달까지 장기화하며 6·1 지방선거의 승패가 법사위원장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선거에서 참패하는 정당은 지도부가 모두 물러나고 반면 승리하는 곳은 여론 지지와 함께 협상력도 제고될 것”이라며 “선거 성적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