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2000년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은 모두 ‘베이비스텝’으로 불리는 0.25%포인트였다.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너무 낮고 빠른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는 연준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연준이 20여 년 만에 이처럼 빠른 긴축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물가 상승률이 너무 높고, 높은 물가 상승률은 많은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물가는 다른 경제 변수와 달리 그 자체가 향후 물가 흐름을 같은 방향으로 촉진하는 경향이 높다. 앞으로 물건값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 먼저 구매하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면 구매를 늦추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든 디플레이션이든 한번 통제를 벗어나면 악순환의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현재 물가 수준을 감안할 때 미국 기준금리는 너무 낮다. 이번에 0.5%포인트를 올렸음에도 아직 1%에 불과한데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8.5%였기 때문에 둘 간의 차이는 -7.5%포인트에 달한다. 물가 상승률이 15%를 넘나들던 1979~1980년 당시 최저 수준인 -5%포인트보다 매우 큰 수준이다. 경제학자들은 내년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정도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는 적절한 긴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올해 중 상당 폭의 추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할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올해 말 연준이 목표로 하는 정책금리 수준을 가늠해야 하는데 연준 다수 의원의 의견은 2.5% 정도에 맞춰져 있다. 특히 지금까지 이 수치가 계속 상향 조정돼 왔다는 점에서 지금부터 적어도 1.5%포인트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 남아 있는 5회의 FOMC에서 모두 0.25%포인트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고 적어도 한두 차례는 0.5%포인트를 올려야 가능한 수치다.
이렇듯 빠른 긴축은 당연히 주식 투자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시장에서 고정금리부 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경제 주체들의 이자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높아진 이자 부담은 투자와 소비에 모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5월 FOMC 이후 시장 기대에 부합했음을 근거로 오른 증시가 바로 급락세로 돌아선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빅스텝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여름까지는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시장 일각에서 예상하는 더 큰 폭의 금리 인상, 예를 들어 0.75%포인트 인상과 이에 따른 심각한 경기 침체, 그리고 증시 폭락 가능성은 아직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은 주로 1970~1980년대 고물가 시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데, 오일 쇼크와 1971년 리처드 닉슨 미 행정부의 금본위제 폐지 이후 빠른 달러 약세로 위기감을 느꼈던 그 시점보다 지금이 더 위험한 시기로 판단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대립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탄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 10여 년간 미국의 실질성장률은 2% 정도로 1970~1980년대의 3%대 중반을 크게 밑돌고, 보호주의와 자원의 무기화 현상이 글로벌 물가에 미치는 부정적 현상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물가와 성장의 새로운 균형점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금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물가가 실제로 안정되기 시작할 때까지는 긴축과 함께 증시도 불안한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