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쇄신안 언급에 윤호중 "개인 차원"…민주당 '엇박자'

朴, 10초간 고개 숙이며 사과…강경파 득세 등 당내 현주소 비판
이재명, 김동연은 동조 속 강경파 반발…김민석 "일리 있는 말인데 자세 틀려"
朴 "쇄신안 금주 발표"…구체적 내용은 지도부와 교감 없었던 듯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24일 긴급 기자회견으로 당이 혼란에 빠지는 형국이다. 강력한 개혁으로 민심에 부응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는 내용이었지만 사과의 적절성를 두고 강경파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박 위원장의 회견이 사전에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도부 내에 파열음도 감지된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맹목적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에 집중하는 당을 만들겠다"며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정말 많이 잘못했다"며 10초간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는가 하면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메시지는 지방선거의 판세가 불리해진 상황에서 중도층을 향한 읍소전략으로 풀이됐다. '내로남불', 성 비위 의혹 등 당내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강경한 목소리가 득세한 관행에 맞서 당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의 여론은 갈렸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장의 의지에) 당 전체가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도 선거캠프를 통해 "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라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표적인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며 "새로운 약속보다 이미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다"라는 글을 올려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상대적으로 강경 지지층의 목소리가 큰 당 홈페이지의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박지현 아웃", "박지현 꼴도 보기 싫다" 등의 글들이 줄을 이었다.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은 지도부 내에 '엇박자'를 노출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회견 후 대선 당시의 '86(그룹) 용퇴론' 등 실질적인 반성의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를 묻자 "86 용퇴도 그렇고 젊은 민주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충분한 당내 논의를 거쳐 금주 내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과 당내 투톱 중 한 명인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쇄신안이) 당과 협의된 바 없다"라며 "(지도부와도) 논의된 적 없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이 앞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고 하자 "아직 논의한 적 없다"라며 "(오늘 회견은 박 위원장)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


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도 페이스북에 "일리 있는 말씀도 하셨지만, 틀린 자세와 방식으로 하셨다"라며 "'내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꾸겠다'는 사당적 관점과 표현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도부 다수는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 일정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구체적인 회견 내용은 자세하게 공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주 내에 당 쇄신안을 발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를 발표하려면 지도부 차원의 의결이 있어야 하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대위 체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얘기다. 특히 '86 용퇴론'의 경우 당내 86그룹의 향후 거취 등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단시간에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박 위원장이 구상 중인 혁신안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당내에서는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쇄신 행보를 뒷받침한 '정당혁신추진위원회'의 안이 기본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위는 당시 선출직 공직자 공천 시 특정 세대가 전체의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세대균형공천', '지방의회 의원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제한'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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