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에 '너도 나도 억대연봉'…고임금發 인플레 '악순환'

3월 구인 30만명…3년전比 11만명↑
방역 풀리며 IT 등 충원 수요 증가
2040 경제활동 인구는 줄어들어
구직자 우위에 임금인상 압박 커져
5월 기대인플레 3.3% '10년來 최고'
고물가→추가 임금인상→인플레 가속


올 들어 기업이 원하는 채용 규모(3월 기준)가 팬데믹 이전인 3년 전보다 11만 명 넘게 늘었다. 거리 두기 해제로 인력 충원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기업이 주로 찾는 20~40대 경제활동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구조적 요인이 겹쳐 구인난이 악화되고 있다. 채용 시장이 구직자 우위로 변모하면서 임금 인상 압박도 덩달아 커져 ‘고물가→임금 인상→구인난→추가 임금 인상→제품 가격 인상→인플레이션 심화’라는 악순환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앞으로 1년간 물가 상승 전망을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달 9년 7개월 만에 최대인 3.3%까지 치솟았다.


24일 고용노동부 취업 포털 워크넷에 따르면 3월 기업의 구인 인원은 30만 6400명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3월(19만 1868명)보다 59.6% 증가한 것이다. 최근 급증한 구인 수요가 방역 조치 해제에 따른 인력 충원이라는 일시적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기업의 구인난은 심각하다. 워크넷에 게시된 구인 공고(3월 기준) 중 거의 전부인 91.6%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올라왔다. 구인난이 기업 규모와 별개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워크넷은 사람인·잡코리아 등 8개 민간 구직 사이트와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운영하는 13개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구인 공고를 모두 포함해 구인 동향을 한눈에 살펴보기에 좋다. 김정길 사람인LAB 실장은 “구직자가 자신의 이력서를 게시해 놓으면 기업들이 찾아와 면접을 제의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구직자들이 자신의 이력서에 기재하는 희망 연봉의 평균값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정보기술(IT) 업계를 휩쓴 임금 인상 바람이 다른 업종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의 평균 연봉 상승률은 2019년 9.81%에서 2021년 26.25%로 급등했다. 문제는 탁월한 개발자 등을 잡기 위한 유인책이었던 한정적 분야의 임금 인상이 다른 기업의 눈치 보기식 릴레이 임금 인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데 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기업의 임금 인상이 최저임금 결정 시 인상을 요구하는 쪽의 근거로 활용되면 임금 인상 압박이 고용 시장 전반에 퍼질 것”이라고 봤다.


고령화·저출산으로 기업들이 원하는 젊은 층이 줄어드는 점도 구인난을 가속화하는 원인이다. 지난해 20~40대 경제활동인구는 1591만 3000명(통계청 기준)으로 처음으로 1500만 명대로 내려왔다.


설상가상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근 10년 내 최고였다. 근로자가 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하면 고용주에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어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고물가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이어지면 기업은 늘어난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해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


앞서 1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소상공인 간담회에서도 구인난과 이에 따른 임금 인상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서울 종로에서 한옥 카페를 운영하는 홍미순 씨는 “시급을 올려도 직원이 구해지지 않아 결국 월요일을 휴무일로 정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구인난 문제를 더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묘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최근 고물가가 올해 하반기부터 임금에 반영돼 임금발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전문가들은 이미 이런 흐름이 현장에서 가속화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해 물가 추가 상승 심리를 잡지 못하면 새 정부가 정권 초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