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軍 사망·성추행 관련 상담 2배 늘어"

"이예람 중사 사망 보도 이후 상담 급증"
"디지털성범죄·성폭력도 67%, 11% 늘어"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이 중사 부친이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군 내 사망과 성추행 관련 상담 건수가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구타 등 물리적 폭력과 가혹 행위도 덩달아 증가해 병영 인권 실태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센터가 25일 발표한 ‘2021년 군인권센터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가 상담한 자살·의문사·사고사 등 사망 관련 상담은 47건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강제 추행 성추행 관련 상담은 지난해 83건으로 전년 44건에서 96.2% 급증했다.


센터 측은 “사망의 경우 2021년 한 해 군대 내 인권침해 피해자의 사망 사건이 여러 건 보도되면서 상담 접수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과거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요청 및 문의도 여전히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사망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해 5월 말부터 9월 사이 관련 상담 요청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사망사고 102건 중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이 83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늘어 절대적인 사고 건수가 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센터 측은 성 비위 관련 상담도 전반적으로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센터가 발표한 피해유형 별 상담 건수를 살펴보면 디지털성범죄 관련 상담이 66.6%(16건), 강간 등 성폭력 상담이 11.1%(17건), 성희롱 상담이 17.2%(62건) 각각 전년 대비 늘었다.


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소의 전화 상담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상담 건수는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난 866건으로 집계됐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며 상담한 피해자는 200명으로 여성이 83명, 남성이 117명이었다. 남성 피해자는 주로 강제추행(70명), 성희롱(39명) 등 피해를 본 데 반해, 여성 피해자는 강간(14명) 등 더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에 따르면 폭행 등 신체적 폭력도 14.8%(106건), 언어 폭력이 12.7%(296건), 고문 등 가혹행위 역시 7.7%(85건) 전년 대비 증가했다.


센터 측은 “가해자 중에는 ‘지휘관’(31.1%)과 ‘상급자’(26.2%)가 많았고 인권침해 사건을 처리하는 당사자이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도리어 자신의 지휘·재량권을 남용해 인권침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급자가 가해자인 사건 10건 중 절반인 5건이 남군 하급자에 의한 성폭력이었던 점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군을 대상으로 한 군 성폭력 사건을 이해할 때에는, 성별 권력관계가 개입되는 순간 계급질서가 역전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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