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같은 다큐…'N번방' 심각성 최대한 살려

[리뷰] 다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기자·경찰·PD 등 24명 인터뷰
편집·구도·CG로 몰입감 더해

넷플릭스 다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스틸컷 / 사진 제공=넷플릭스

참혹한 사건임에도 모두가 꼭 알아야만 하는 사건이 있다. 2020년 N번방 사긴이 바로 그렇다. 모든 국민이 사건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대다수는 그 참상이 어떠했는지 잘 모른다.


지난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기자·경찰·PD 24인의 인터뷰를 토대로 사건을 진실에 가깝게 전달한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추적단불꽃’ 활동부터 시작해, 기자·PD·형사들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들여다본다.


연출을 맡은 최진성 감독은 범죄가 예상보다 더 조직적이고 끔찍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작품으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사’ 조주빈 등의 잔인무도함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실체에 다가가려는 기자와 수사팀에게 “더 파헤치면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넷플릭스 다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스틸컷 / 사진 제공=넷플릭스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만드는 넷플릭스의 역량은 본작에서도 발휘된다. 범죄·스릴러 영화같은 세트장을 만들어 인터뷰 장소로 활용했다. 편집과 음악 활용 역시 영화의 그것과 닮아 있다.


작품에 삽입된 애니메이션과 CG, 카톡 대화 장면 등은 시청자들이 다큐에 대해 생각해 왔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자칫 잘못한다면 실제 범죄의 극악무도함이 희석될 수도 있는 위험한 도전이었지만, 제작진은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몰입감만을 끌어올렸다.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범죄 유형인 사이버 성범죄를 다루는 데 적합한 연출이다. 최 감독은 인터뷰에서 “작품의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장르적이어야 하고, 비주얼도 매력적이어야 한다"며 “그래야 범죄의 특이성과 추적자들의 고뇌가 잘 전달될 수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다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스틸컷 / 사진 제공=넷플릭스

피해자 보호도 철저히 이뤄졌다. 작중에는 피해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선정적인 부분도 최대한 배제해 2차 가해를 피했다. 작품은 오로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노력과, 범죄자들의 비판에 집중한다.


감상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사건의 실체 그 자체다. 작품 초반부에서 두세 번 넘게 감상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진실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사이버 범죄는 더 이상 우리에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을 보고 나면 카타르시스보다는 분노가, 또 관심과 도움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는 무력감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평범한 시민과 대학생들이었다는 것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최 감독도 기자를 꿈꾸던 학생들이 사건을 가장 먼저 추적하기 시작한 게 흥미로웠고, 추적의 발단이 평범한 사람이라는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추적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치열하고 뜨거웠습니다. 범죄자들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반드시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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