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국회 회기 쪼개기 받아준 국회의장 책임 크다”

◆무력화한 필리버스터
2019년 ‘살라미 전술’ 등장
회기결정 무제한토론은 불허

2020년 12월 12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12시간 47분 연설은 필리버스터 개인 최장 기록이다. 연합뉴스

합법적으로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필리버스터’는 유신 체제 등장으로 1973년부터 없어졌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부활했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 이후 필리버스터는 모두 일곱 차례 이뤄졌다. 19대 국회에서는 2016년 테러방지법이 유일했고 20대 국회에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제정안이 필리버스터 대상이었다. 21대 국회에서는 공수처법·국정원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2개 법안에 적용됐다.


필리버스터는 △토론에 나서는 의원이 더 이상 없거나 △재적 5분의 3 이상이 토론 종료에 찬성하거나 △국회 회기가 끝나면 자동 종료된다. 이 가운데 ‘살라미 전술’로 불리는 ‘회기 쪼개기’로 악용할 수 있는 세 번째 조항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19년 12월 선거법 개정 때 이런 편법이 처음 등장했다. 당시 민주당의 회기 쪼개기에 맞서 자유한국당은 회기 결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수용하지 않았다.


무력화 전례가 있다 보니 검수완박 2개 법안의 필리버스터는 각각 7시간 안팎으로 싱겁게 종료됐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도록 설계한 것도 문제지만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회기 쪼개기를 받아준 것은 더 큰 문제”라며 “문희상 국회의장(20대 후반기)과 박병석(21대 전반기) 국회의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편법이 계속되면 앞으로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192시간)을 깰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필리버스터의 원조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DJ는 의원 시절인 1964년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상정되자 5시간 19분 동안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당시 DJ의 활약으로 체포 동의안 처리는 무산됐으나 김 의원은 회기 종료 후 구속됐다.


권구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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