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석학이신 이어령 교수님은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나도 질문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가끔 엉뚱하고 바보 같은 질문도 해 본다. 이런 엉뚱한 질문을 해 보는 게 재미있을 수도 있고, 때로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가 과연 한반도의 미래에 궁극적으로 좋은 것일까’라는 질문을 해 보고 싶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질문이다. 만약 한반도 비핵화가 된다면 북한 핵의 위협을 제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중장기적으로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다양한 외교적 채널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완벽한 비핵화는 매우 힘들 것이다. 북한이 생산해 놓은 핵무기를 모두 없애더라도 설계도와 과학자들의 머리까지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오랫동안 경제 제재를 받으며 힘들게 개발한 핵무기를 완벽하게 포기하려고 하겠나.
만약에 이런 것들이 모두 가능해서 한반도를 비핵화 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평화통일을 이뤘다고 상상해 보자. 그러면 한민족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런 미래의 상황은 우려스럽게도 현재의 우크라이나와 비슷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서부는 유럽연합(EU) 친화적이고, 동부는 정서적으로 러시아에 가깝다. 최근에 EU 친화적인 정부가 들어서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려고 했다. 그러자 러시아가 EU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을 수 없다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버렸다. 소유하고 있던 핵무기를 포기해버린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참화 속에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우리의 통일된 한국은 러시아 대신 중국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동서 차이가 통일된 한국에서는 남북으로 변화될 뿐이다. 지금은 북한이 중국과 민주주의 세력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통일 한국이 된다면 중국은 미국과 연합한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중국이 그것을 참지 못해서 한국을 침공한다면 통일 한국이 강하게 저항할 수 있을까. 핵국가와 비핵국가 간에는 비대칭적인 파워가 있기 때문에 힘들 수 있다. 따라서 한반도를 중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핵무장 선택지를 배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면한 문제로 윤석열 정부는 한국이 미중 갈등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결정해야 한다. 우리의 힘 없이 매번 협상이나 외교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힘들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한국의 국익을 위한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주변국과 대등한 군사력이 있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할 명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한국 대신에 북한이 온갖 경제 제재를 감수했다고 고마워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위기 상황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초장기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