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빼고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라는 표현을 넣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시장 전망보다 높게 잡은 만큼 긴축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한 것은 2007년 7월과 8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인상해 0.50%에서 1.75%로 1.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은 그동안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는 표현을 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기로 했다. 이전 금통위에서는 코로나19 전개 상황을 가장 우선 고려했는데 이번엔 아예 빠지고 후순위였던 성장·물가 흐름이 선순위 고려사항이 된 것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은 3.1%에서 4.5%로 1.4%포인트 상향 조정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0.3%포인트 내렸다.
한은은 세계 경제 하방 요인으로 중국 봉쇄조치 영향을 추가했다. 여기에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경기에 대해서도 글로벌 공급 차질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됐지만 민간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빠르게 회복됐다는 평가다.
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류·공업제품 가격의 상승 폭 확대, 개인 서비스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이미 물가는 4%대 후반으로 높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