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파업은 '업무방해죄'?…오늘 10년 만에 헌재 판단 나온다

'최장기' 계류 현대차 비정규직 사건
대법 판단 뒤집을지 주목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9일 오후 의료법 45조의2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변론이 열리는 헌재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0년만에 업무방해죄의 위헌 여부 판단을 내놓는다.


헌재는 26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간부 A씨 등이 형법 314조 1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고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낸 헌법소원의 선고기일을 연다.


2010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정리해고 사태가 벌어졌다. 비정규직지회 간부 A씨 등은 노동자들의 해고 통보를 받은 뒤 3회에 걸쳐 휴무일 근로를 거부했는데, 검찰은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업무방해)를 적용해 A씨 등을 기소했다. 1심에서는 징역형이 선고됐다.


당시 법원 입장은 노동자들의 파업 등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집단적으로 근로 제공을 거부해 정상적인 업무 운영을 저해하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는 당연히 '위력'에 해당하므로 합법적인 쟁의행위 요건을 갖추지 않는 한 대부분의 파업은 업무방해죄를 규정한 형법 314조 1항을 어긴 것으로 간주됐다.


그런데 2심이 진행 중이던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파업에 관한 업무방해죄 해석을 더욱 엄격하게 한 판단을 내놓았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손해를 초래하는 때에만 위력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므로 전후 사정을 따지라는 것이다. 이를 본 A씨 등은 이듬해 형법 314조 1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만 10년이 되도록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이 사건은 헌재 출범 후 최장기 계류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 사이에 A씨 등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기의 '사법농단' 의혹과도 연관된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께 헌재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파악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A씨 등 사건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논의 내용과 연구관 보고서를 빼돌렸다는 점도 포함됐다.


헌재가 '업무방해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을 넘어 파업 노동자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릴까 봐 대법원이 우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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