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이후 15년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5%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미국의 공격적 통화 긴축 행보로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이 커지자 금리 인상의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9개월 새 기준금리가 1.25%포인트나 뛰어오른 가운데 연내 두세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지난달 연 1.50%로 올렸던 기준금리를 한 달 만에 1.75%로 인상했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뒤 처음으로 의사봉을 잡은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직후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하방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지만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보다는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올렸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에서 2.7%로 내렸다.
이 총재는 “앞으로 수개월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연말 기준금리 2.25~2.50% 전망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 전망이 올라간 것은 합리적 기대”라고 답했다. 그런 만큼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남은 네 차례(7·8·10·11월)의 금통위에서 최소 두세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는 연말 기준금리로 2.75%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 원 이상, 기업 부담은 2조 7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