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면서 시중은행의 각종 대출금리 상승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탓에 올 상반기 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최고 금리가 연 5%를 넘고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7%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정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 가격 급등에 무리해서 빚을 낸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족(빚내서 투자)’의 대출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혼합형(5년 고정형) 금리는 4.16~6.41%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인상하면서 혼합형 주담대 연 7% 금리 시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혼합형 주담대의 준거 금리인 금융채 금리도 빠른 속도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의지를 계속 보여왔기 때문에 금융채 금리에 이미 인상 가능성이 선 반영됐을 것”이라면서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만큼 앞으로 금융채 금리는 계속 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5대 시중은행이 이날 수신 상품 금리를 올리거나 인상을 검토 중이라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지금보다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산정 근거인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 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후 예적금 금리를 올리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27일부터 22개의 정기예금과 16개의 적금 금리를 최고 0.40%포인트 인상하기로 했으며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30일부터 수신 상품 금리를 인상한다. 하나은행은 예금 상품 7종과 적금 상품 15종 등 총 22종 상품에 대한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올리며 NH농협은행도 수신 상품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국민·신한은행도 수신 상품 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검토 중이다
은행들의 수신 상품 금리 인상은 코픽스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다음 달 15일 발표되는 5월 코픽스에 반영돼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지금보다 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날 5대 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3.29~5.251%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빚을 낸 사람들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3조 2000억 원씩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가 1.25%포인트나 급등했으니 그 사이 가계부채 증가 등을 고려하면 최소 16조 원 이상 이자 부담이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대출자 한 명당 연 이자 부담도 9개월 사이 80만 5000원 정도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 원, 기업 부담은 2조 7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