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은 26일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렸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처리 당시 여야 간 합의가 파기된 것에 대해 “의회정치의 모범을 보였으나 일방적으로 뒤집혔다. 참으로 아쉽다”고 소회했다.
오는 29일부로 2년의 임기를 마치는 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합의가 한순간에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는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장은 국민통합을 위한 방안으로 ‘개헌’을 언급했다. 박 의장은 “지금 우리의 정치는 편 가르기와 증오, 적대적 비난에 익숙하다”며 “자기편의 박수에만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 합리적인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이루기 위해선 개헌이 꼭 필요하다”면서 “우리 정치의 갈등과 대립의 깊은 뿌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걸 갖는 선거제도에 있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고, 다당제를 전제로 한 선거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도자의 선의에만 의지하는 협치는 성공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대화와 협치를 제도적으로 풀오내는 새 헌법을 만들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쓴 소리’도 했다. 이른바 팬덤정치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증오의 정치, 적대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는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뜻 있는 정치인들이 증오의 정치를 과감히 청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검찰개혁법 처리 과정에서의 민형배 의원 ‘위장탈당’ 논란에 대해서도 “위법은 아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당내 ‘쇄신’ 요구와 관련해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는 상태에서 왜 패배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이 소홀했다”면서 “그러한 자기성찰이 분출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586 용퇴론’에 대해서는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사회는 노장청 결합이 적절히 이뤄질 때 발전할 수 있다”며 에둘러 반대 입장을 표했다.
후반기 원구성 문제에는 “검찰개혁법이 일방적으로 부정당하며 여야 간 신뢰가 깨졌다. 깨진 신뢰를 어떻게 다시 회복하느냐가 선결과제”라면서 “이제 여야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