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들이 급락한 가운데 해당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수익에 경고등이 켜졌다. 넷플릭스 등의 주가가 고점 대비 50~70%까지 빠지자 이들 종목과 연계된 일부 ELS는 녹인 배리어(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해외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돼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공모형 ELS 상품 가운데 35개가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 규모로는 784억 원에 이른다. 이 기간 발행돼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해외 개별 종목 ELS 발행금액(1조 2070억 원)의 6.5%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ELS는 계약 만기일까지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원금까지 잃을 수 있는 녹인 구간은 통상 기준가의 45~50%로 설정돼 있기에 주가나 지수가 반 토막 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주가가 50% 이상 하락해 원금 손실 구간에 한 번이라도 진입한다면 통상 3년으로 설정된 만기까지 투자금이 묶일 수 있고 만기가 돼서도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
이번에는 넷플릭스와 보잉·메타·페이팔과 연계된 ELS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하반기 1주당 690달러까지 치솟았던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이용자의 감소세와 함께 주가가 급락해 현재 187달러까지 내려 앉았다. 약 8개월 만에 70% 이상 주가가 급락하며 최근 2년간 발행돼 미상환된 ELS 90개 중 27개가 녹인 배리어를 터치했다. 나머지 63개의 상품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보잉과 연계된 ELS 역시 최근 5개 상품이 무더기로 녹인 배리어 터치를 알렸다. 보잉은 지난해 6월 주당 250달러를 넘나들었지만 현재 120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났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의 경우 최근까지 주당 1000달러는 물론 1200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이 기간 발행된 ELS의 경우 기준가가 높게 설정돼 원금 손실 구간을 조만간 터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미국 증시의 추가 하락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해외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고위험 ELS는 쿠폰 수익률이 30%를 웃돌고 있다. 실제 NH투자증권은 테슬라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MU)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온라인 전용 ELS를 다음 달 3일까지 판매 중인데 조건 충족 시 수익률이 연 33.4%에 이른다. 한화투자증권도 미국 반도체 기업인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와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연 수익률 30%의 ELS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ELS는 주가가 크게 하락해 더 떨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투자하기 좋은 타이밍”이라며 “다만 개별 종목 ELS는 원금 손실의 리스크가 크기에 수익률도 그만큼 높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